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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臺에서

도산사건 트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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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김난도 교수는 매년 10월쯤이면 다음 해에 유행할 10대 소비 트렌드를 선정해 분석하는 시리즈물을 13년째 내고 있다. 올해도 변함없이 2020년 트렌드 코리아를 MIGHTY MICE라는 부제를 달아 출판하였다. 가급적 매년 트렌드 코리아라는 시리즈물을 구입해서 읽어 본다. 운이 좋은 해에는 지인들로부터 선물을 받기도 한다. 올해는 운이 좋은 해다.

 

소비에도 매년 다른 트렌드가 있는데, 도산사건에도 트렌드가 있는 것일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처음 도산사건을 맡은 2003년에는 지금의 회생이나 개인회생이 없었기 때문에 법인의 경우 회사정리보다 화의를 선호했다. 개인파산의 경우 면책 여부를 결정함에 있어 당시에는 카드의 무분별한 사용이 문제여서 낭비에 해당하는지가 주된 관심사였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나 창원지법 파산부장으로 갔을 때는 변화가 있었다. 지역적 특색으로 법인사건의 경우 조선업에 대한 회생이나 파산이 많았다. 개인사건의 경우 면책과 관련하여 낭비보다는 재산은닉이나 설명의무위반이 있는지가 주된 심리사항이었다.

 

2017년 수원지법에서 법인회생사건을 담당할 때는 주로 자동차업계나 스마트폰의 불황으로 관련 업종의 회생신청이 많았던 것 같다. 개인도산의 경우는 여전히 재산은닉이나 설명의무위반이 주로 문제된 것 같다. 2019년 서울회생법원으로 와 보니 법인은 경제 불황의 여파로 여행업, 옷 관련 업체가 도산을 신청하는 경우가 많았다. 법인파산에서는 채권자가 신청하는 사건도 제법 눈에 띄었다. 그리고 새로운 형태의 도산사건이 등장하였다. 대표적인 것으로 가상화폐를 거래하는 거래소의 파산신청이다. 가상화폐 거래소의 도산은 기본적으로 자산이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쉽지 않고 사건 처리에 있어 새로운 지식들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했다. 절차적으로는 수많은 채권자들에 대한 송달이 문제되기도 했다.

 

다양한 사건을 처리하는 법관에게 매년 유행하는 트렌드가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그렇지만 도산사건은 그 해의 경제상황과 밀접한 관련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중요한 트렌드 변화에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하는 기업이나 개인은 도산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나아가 트렌드 변화에 따른 사건변화를 예측하고 그에 필요한 새로운 유형의 사건에 대한 지식을 습득하는 것도 도산법관에게는 숙명이 아닌가 싶다.

 

 

전대규 부장판사 (서울회생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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