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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움의 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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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휴대전화 앱을 이용한 중고물품 거래에 맛을 들여서 몇몇 중고물품을 구입했다. 몇 년 전 인터넷 카페에서 중고거래를 할 때에는 멀리 있는 사람과 택배로 거래를 해야 해서 불편하기도 했고 사기를 당할 뻔한 적도 있었는데, 요즘 많이 이용하는 중고거래 앱은 사용자의 위치정보를 기반으로 가까운 지역의 거래상대방과 연결해주니 매우 편하게 직거래를 할 수 있게 해준다.

 

중고거래 앱을 이용하다 보니 내가 필요한 물건만 검색하는 것을 넘어 어떤 물건들이 올라오는지 살펴보게 된다. 사람들이 팔려고 내놓은 물건들은 무척 다양하다. 사용하던 가구, 가전, 의류, 가방, 신발, 책, 장난감, 먹거리 등은 물론이고 유명 커피숍의 쿠폰, 유명 호텔 숙박권, 심지어는 상가분양 광고까지 올라온다. 선물을 받았거나 직접 샀지만 한 번도 사용하지 않고 도로 팔아 현금화하려는 물건들도 정말 많다.

 

한시적으로 필요한 물건은 용도가 다하면 처분하는 것이 좋지만,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을 물건을 사놓고 수고롭게 다시 파는 사람들이 왜 이렇게 많은지 의아했다. 그러나 나의 소비행태를 돌이켜보아도 그다지 필요하지 않은 물건을 사는 경우가 꽤 있었다. 어딘가에서 대폭 할인판매를 한다고 하면 이번 기회에 그것을 쟁여 놓는 것이 이익인 듯 느껴져서 구매하지만, 결국은 사용하지 않고 짐만 되었다. 한정된 공간에 짐이 늘어나면 해결책은 공간을 늘리든가, 짐을 줄이든가 둘 중에 하나인데, 공간을 늘리려면 더 큰 돈이 드니 결국 필요 없는 물건은 버리든가 헐값에 처분하게 된다. 애초에 불필요한 물건을 사지 않았다면 벌어지지 않았을 일이다.

 

넘치면 짐이 되는 것은 물건뿐만 아니라 글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다. 읽는 사람의 시간과 수용능력은 한정되어 있는데, 글은 쓸데없이 길어지고 장황해진다. 물론 복잡한 내용의 이해를 돕기 위하여 상세하게 설명하려다 보니 분량이 점점 늘어나는 경우도 있지만, 별로 중요하지 않은 내용을 정리하지 않고 읽는 사람을 괴롭게 하는 경우도 있다. 필요 없는 물건을 처분하여 집을 비우고 공간을 만드는 것처럼, 글에도 숨쉴 공간이 필요하다.

 

 

김미연 변호사 (법무법인 바른)

리걸에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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