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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 법조소식

일본 형사공판의 구조와 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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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언 : 전관예우가 존재하지 않는 법원과 검찰

일반적으로 일본에는 우리 법조계의 폐단이라 불리는 전관예우 현상이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 이유로는 ① 판사나 검사가 정년까지 근무하는 관행이 정착되어 있으며, ② 판사나 검사가 퇴직하더라도 변호사로 개업하는 경우가 흔하지 않고, ③ 학연과 지연을 중시하는 분위기가 없는 점 등이 들어지고 있다. 일본의 판사나 검사가 고위직으로 갈수록 퇴직 후에 변호사로 개업하지 않는다는 점은 일본의 논문과 언론보도에서도 통계적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그 배경에는 종래부터의 판사나 검사에 대한 안정된 경제적 처우의 보장, 그리고 고위직 판사들도 퇴직 후 공증업무에 종사하는 사회적 관행 등이 자리하고 있다.


 이와 같은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된 이유로, 일본의 사법시험 합격자 중 성적 우수자들은 우리처럼 법원이나 검찰로 몰리는 게 아니라 학계로 진출하는 경우가 많았다. 또한 현직 변호사들 중에는 상대적으로 진보적인 정치관을 가지고 사회참여적인 사람들이 많은데, 이는 변호사의 대부분이 처음부터 판사나 검사가 아닌 변호사가 되고자 했던 경우라서 국가권력에 비판적인 성향이 강했기 때문이다.



2. 법정의 대석구조와 심리시간

일본에서는 경찰이 1차적 수사권을 가지고 검사는 경찰수사를 보충하는 2차적 보정적 수사기관에 불과한 이유로, 일본 검사의 수사 관련 권한은 우리처럼 강하지 않다. 반면, 수사 단계에서는 피의자신문 때에도 변호인의 참여가 허용되지 않는 등으로 피의자의 기소 전에는 변호사가 수사기관에서 피의자를 위해 법적인 조력을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다. 즉 일본에서 사건과 관련하여 변호사와 검사가 실질적으로 부딪히기 시작하는 때는 기소 후 형사공판이 개시되기 시작하면서이다.

 

일본의 형사공판은 기일당 심리시간도 길고 변호인과 검찰 간의 상호 법적 공방도 많은 등 우리보다 밀도 있는 심리로 이루어지고 있는데, 그 이유는 고등재판소의 경우 하루에 진행되는 공판이 7~8개에 불과한 등 우리보다 재판부가 담당해야 할 사건이 적기 때문이다. 재판부 별로 담당해야 할 사건 수가 우리보다 적은 것은 민사재판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라서, 민사도 한 기일의 재판시간이 우리보다 길 수밖에 없다. 

 
다만 일본의 법정에는 아직 전자스크린 등이 도입되지 않아서 영상이나 인터넷 등의 조회가 어려운 상황이고, 이 때문에 공판 중 제출되는 서류의 확인을 위해 법원과 당사자들의 움직임이 바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리고 형사법정에서 검사와 변호인의 위치도 우리와 달라서, 일본의 경우 방청석에서 볼 때 좌측의 변호인과 우측의 검사가 마주 보게 되어 있다(일본은 민사법정도 당사자 간에 마주 보는 대석구조이다). 

 

3. 우리보다는 전근대적인 강제처분

우리의 간이공판절차에 해당하는 제도가 일본에서는 즉결재판이다. 즉결재판은 검사가 기소하면서 법원에 즉결재판을 요구하고 모두절차에서 피고인이 유죄를 인정하면 법원이 즉결재판에 의하여 심판할 것을 결정하게 되는 시스템으로, 피고인이 공판 중 공소사실에 대하여 자백을 해야 법원이 간이공판절차에 의하여 심판할 것을 결정하는 우리와 차이가 있다. 

 

대인적 강제처분에 있어 우리는 구속기간에 제한이 있지만, 일본은 법원의 구속기간에 제한이 없기 때문에 재판 진행의 기간이 매우 길다. 또 우리와 달리 기소 전의 피의자를 대상으로 하는 보석제도가 없으며, 자백을 해도 보석이 되지 않는다는 특성이 있다. 일본은 구속수사가 원칙이며 수사기관은 벌금, 과료, 구류 등에 해당하는 경죄가 아닌 경우는 대체로 체포영장을 발부하고 있다. 그리고 일단 체포된 피의자에게 구속영장 신청이 이루어지는 비율이 93%에 달하고, 이러한 수사기관의 구속영장 청구에 법원은 거의 99% 이상 구속영장을 발부하므로 기각률이 우리보다 현저히 낮다. 

 

우리 변호사들이 일본의 형사법정에서 가장 이질감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은 구속사건에서 피고인이 법정에 들어올 때이다. 우리처럼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이 없는 일본의 경우, 구속피고인이 법정에 들어올 때에도 여전히 수갑을 차고 있을 뿐 아니라 포승도 그대로 묶인 채로 있다(다만 피고인신문 때에는 피고인의 수갑과 포승을 풀어 주며, 재판부의 피고인에 대한 질문도 많은 편이다).


4. 결론 : 2019년 오사카 지방재판소의 판결에 따른 기대

그런데 위 형사피고인의 수갑과 포승 문제가 인간의 존엄이나 무죄추정의 권리를 침해한다는 이유로 피고인들이 국가배상을 청구한 사건에서, 2019년 5월 27일 오사카 지방재판소는 결론에서는 청구를 기각하면서도 판단의 이유에서 다음과 같은 의미 있는 판시를 하여 주목을 받고 있다. 

 

즉, 제3민사부는 "현재 사회일반의 방식을 기준으로 할 경우, 수갑 등을 채운 피고인의 모습은 ‘죄인, 유죄다’라는 인상을 줄 우려가 없다고 말할 수 없는 것이며, 수갑 등을 채우는 것 자체가 일반인의 감각으로 지극히 불명예라고 느끼는 것은 충분히 이해되는 바이다. 또, 상기와 같은 수갑 등에 관한 사회일반의 방식을 기준으로 할 경우, 수갑 등을 채운 모습이 공중 앞에 노출된 사람은 자존심에 현저하게 상처를 입을 수 있어, 참기 어려운 굴욕감과 정신적 고통을 받게 되는 것도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더 나아가 확정판결을 거치지 않은 피고인은 무죄추정을 받는 지위에 있는 점에도 비추어 보면, 개인의 존엄과 인격가치의 존중을 선언하고 개인의 용모 등에 관한 인격적 이익을 보장하고 있는 헌법 제13조의 취지에 비추어, 신병구속을 받고 있는 피고인은 위와 같이 함부로 용모나 자태가 촬영되지 않을 권리를 보유하고 있음에 그치지 않고, 수갑 등을 채운 모습이 함부로 공중에게 노출되지 않는다는 정당한 이익 내지 기대를 가지고 있어, 관계된 이익 내지 기대에 대해서도 인격적 이익으로서 법적으로 보호할 가치가 있는 것이라고 해석함이 상당하다"라고 판시함으로써, 법정 내에서 방청인에게 수갑 등을 채운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다고 하는 피고인의 이익이 법적 보호가치가 있음을 인정했다. 

 

또 이 판결은 “피고인으로부터 수갑 등을 채운 모습이 방청인들에게 보여지지 않도록 적절한 조치를 강구해 달라는 취지의 요청이 있었을 경우에는 그와 같은 피고인의 요청을 배려하여 형사시설과 의견 교환을 하고, 수갑 등의 해정 및 자물쇠를 채우는 타이밍이나 장소에 관한 판단을 하는 데에 필요한 정보를 수집하고, 그 결과를 근거로 해서 변호인과 협의를 하는 등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서 검토하고, 구체적인 수갑 등의 해정 및 자물쇠를 채우는 타이밍이나 장소에 대해서 판단하여 형무관에 대하여 지시함이 상당하였음에 불구하고, 이러한 의견 교환이나 정보수집, 변호인과의 협의 등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은 채 피고인들의 신청을 각하한 재판관들의 조치가 피고인이 정당한 이익에 대한 배려를 결하였음”을 인정했다. 


더욱이 위 판결은 수갑 등의 사용 가부에 대해서 도망 또는 자해의 우려가 구체적으로 존재하는 등의 개별사정에 의해 검토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점도 밝혔는바, 이에 대하여 오사카변호사회는 “현재와 같이 피고인에 대하여 개별사정의 검토 없이 일률적으로 수갑 및 포승을 채우는 것이 인정되지 않음을 지적하는 것”이라 평하고 있다. 위 판결은 ‘지금까지 간과되어 온’ 수갑과 포승이 채워진 모습이 법정에서 노출되지 않을 것을 기대하는 피고인의 인격적 이익을 정면으로 인정하여, 법적 보호가치가 있는 이익을 가지고 있다고 한 점에서 획기적이다. 또한 피고인의 신청에 응하여 ‘법원이 형사시설과 협의하고, 정보를 수집하고, 수갑 등의 구체적 해정·자물쇠를 채우는 방법과 장소를 판단하는 절차를 밟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밝힌 점에 있어서도 지극히 의미가 큰 판결이라 할 수 있는 바, 일본의 구속피고인에 대한 형사공판이 조만간 이 판결의 지적처럼 개선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허중혁 변호사(서울지방변호사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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