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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구속에 목매는 사회, 사람이 목매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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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기관에서의 구속이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다. 세월호사건,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사건, 이명박 전 대통령의 횡령 및 뇌물수수사건,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사법행정권 남용사건, 조국 전 법무부장관 일가사건을 거치면서 시민들에게도 이제는 구속이 일상처럼 되어 버렸다.

 

문제는 우리 사회에서 구속은 인생 추락의 서막으로 비친다는 점이다. 구속이 재판에서 유죄선고로 이어지면서 마치 형벌과도 같이 여겨져 온 오랜 사회 인식 때문일 것이다. 사법연감에 따르면 지난해 제1심 형사공판사건의 무죄율은 3.6%로 나타나고 있다. 검사가 기소하면 대부분 유죄판결이 선고됨을 알 수 있다. 달리 말하면 검찰의 영향력이 그만큼 크다는 것을 말해준다.

 

형사소송법은 불구속 수사·재판원칙을 분명히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사기관은 구속 수사에 대한 집착이 유달리 강해 보인다. 이에 대하여는 법 집행의 목적 달성에 치중한 합목적성 이념이 지배하는 행정기관의 태생적 한계 정도로 치부하고 넘어갈 수도 있다. 그렇지만 구속이 수반되어야 모양 나는 수사, 성공한 수사로 평가되는 현실과도 무관치 않아 보이는 것이 문제다.

 

형소법에 불구속수사 원칙 명시

 

다 좋다. 하지만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구속이 무엇인가에 대하여서다. 구속은 유죄가 아닐 뿐만 아니라 형벌은 더더욱 아니다. 그것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수사와 재판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 이는 '도주 또는 도주염려', '증거인멸염려'라는 구속의 사유를 보면 한결 뚜렷해진다.

 

과거 법에는 없었으나 사실상 구속을 좌우해 온 것으로 '범죄의 중대성'이라는 것이 있다. 범죄가 중하면 도주 우려가 높고 증거인멸의 우려도 높다는 데서 비롯된 것이리라. 이 법에도 없던 만능 구속사유는 비판을 받아오다가 현행법에서 구속사유 판단의 한 고려요소로서 도입되었다. 잘못된 관행을 양성화시켜 구속사유를 판단하는 부수적인 요소로 못 박아 놓은 것으로도 일면 이해가 가능하다.

 

혐의가 중대하다는 이유만으로

구속할 수 없고 구속해선 안 돼

 

이렇듯 구속이라는 수단이 형벌과도 같이 여겨져 온 것에서 수사기관이 구속에 목매온 까닭을 짐작해 볼 수 있다. 나아가 구속기간은 피고인이 실형인 자유형을 받을 때 형기에 산입되고 있다. 이를 두고 구속이 형벌의 성격을 띠는 것이라고 함부로 말해서는 안 된다. 강제력이 수반되는 형사소송은 그 바탕에 약자인 피고인 우선의 가치가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사가 공소를 제기할 때 '구속기소'니 '불구속기소'니 하는 말이 고민 없이 오랫동안 사용되고 있다. 구속의 의미 및 공판중심주의를 제대로 이해한다면 이럴 수는 없다. 대신에 공개된 재판 형태인 공판을 청구한다는 의미에서 '공판기소'가, 공개된 재판이 생략된 약식형태의 재판을 청구한다는 의미에서 '약식기소'라는 말이 더 잘 어울린다. 공소제기 이후의 재판 형태에 곁점을 둔다면 이것이 정확한 표현이며 또한 공판중심주의와도 일치한다.

 

혐의가 중대하면 재판에서 반영

 

구속에 목매는 사회를 더 이상 내버려 둘 수 없고 두어서도 안 된다. 이제 수사기관도 문명사회에 걸맞게 피의자를 불구속한 상태에서 증거를 수집하는 청렴문화를 형성해 나가야 한다. 일단 구속부터 해 놓고 궁박한 심리를 이용하여 증거를 수집하려는 과거의 잘못된 습성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러한 데는 과거 이를 묵인해 온 법원의 잘못도 크다. 향후 법원의 역할이 중요하게 부각되는 이유다. 영장재판의 주체인 법원이 바로 서면 수사기관이 바로 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피의자 인권의 마지막 울타리 역할을 위해 이제 법원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다.

 

가까운 시일에 언론에서 '경찰, 피의자에 대하여 불구속 상태로 수사 진행', '검사, 피의자를 공판기소', '법원, 판결선고 기일에 범죄의 중대성으로 피고인에게 징역의 실형 선고와 동시에 법정구속'이라는 내용으로 보도되는 것을 보고 싶다.

 

순순히 자백하는 착한 피의자와 피고인을 예상한 지나친 이상론으로 보일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혐의가 중하다는 이유만으로 구속할 수도 없고 구속해서도 안 된다는 사실이다. 범죄행위가 중하면 법원이 재판에서 실형을 선고하는 방법으로 반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구속에 목매다가 자칫 사람이 목매는 사회가 될까봐 두렵다.

 

 

최영승 협회장 (대한법무사협회)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