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떼샷과 쪽수의 법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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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놈은 백 중에 하나 나오는 쭉정이지만 착한 놈들은 끝이 없이 백업디야.”

 

“우리는 떼 샷이여. 니들이 암만 까불어봐야 쪽수는 못 이겨. 그게 바로 쪽수의 법칙이고, 니들은 영원한 쭉정이. 주류는 우리라고.”

 

최근 종영한 KBS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은 인생 드라마로 등극해 버릴 만큼 깊은 여운을 남겼다. 특히 연쇄살인범 까불이를 쫓던 파출소 순경 황용식은 검거된 까불이가 “까불이는 어디에나 있고 누구나 될 수 있고 또 계속 나올 것”이라며 악의 귀환을 예고하자 ‘떼샷과 쪽수의 법칙’을 설파하며 사이다 멘트를 날렸다.

 

최근 몇 해 동안 예술·출판·체육·학교·기업 등 다양한 공동체에서 발생하는 젠더폭력 사건을 진행하며 현실의 까불이들과 싸워왔다. 올 한 해는 참혹한 범죄의 실상들과 대면하는 과정에서 나 역시 대리외상을 입어 슬럼프를 겪기도 했다. 특히 잔혹하고 사회적 파장이 크면서 피해자가 열악한 사건일수록 공익단체를 통해 무료법률구조로 사건의뢰가 오기 때문에 동네1인 변호사 사무실에서 홀로 이런 사건들을 진행하기란 상당한 부담이 따른다. 

 

이런 사건들을 진행할 때 내가 사용할 수 있는 유일한 무기는 바로 ‘떼샷과 쪽수의 법칙'이다. 그리고 아무런 대가 없이 공공의 선을 이루기 위해 떼샷으로 힘을 모으는 착한 놈들의 파워는 가끔 기적을 이룬다. 올해 굵직한 사건들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세계적인 석학께서는 조촐한 보쌈정식 한끼로 바다건너까지 논문에 준하는 의견서를 보내주셨고, 시민단체들은 토론회와 성명서 등을 통해 연대의 힘을, 법학·여성·체육계 교수님들은 재판 라이딩까지 자처하시며 학술자료제공과 의견서 작성을 통한 지원을, 로펌 프로보노팀에서는 해외판례와 법령 리서치 지원을, 언론인들은 불철주야 사건을 보도해주며 도움될 취재원까지 연계를, 천여 명의 시민들은 감동의 응원 메시지까지 보내며 서명운동에 동참해 주셨다. 

 

올해를 돌아보면 버거운 순간이 많았지만 이럴 때마다 끊임없이 백업되는 선한 사람들의 도움으로 기적 같은 결과물을 만들어 냈다. 2019년 마지막 칼럼을 빌려 떼샷과 쪽수의 법칙의 저력을 보여주신 대한민국 어벤져스들에게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김재희 변호사 (김재희 법률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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