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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가 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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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는 사전적으로 '마주 대하거나 헤어질 때에 예를 표함. 또는 그런 말이나 행동'으로 정의된다. 우리는 평소 많은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면서 살아간다. 가족에게, 이웃에게, 직장 동료에게 그리고 어느 누군가에게 말이다. 인사는 왜 하는 것일까? 사람마다 그리고 상황마다 이유야 제각각이겠지만 인사는 기본적으로 상대방의 존재를 인정하고 이해하며 나아가 친밀감을 형성하기 위한 것이라 생각한다. 

 

변호사는 소송사건 수행을 위하여 법원에 출석하여 법정에 들어가고 나갈 때 재판부를 향해 인사를 한다. 사법부에 대한 예의뿐만 아니라 서로 다른 당사자를 대리하는 변호사 사이에서도 재판 전후에 인사를 나눈다. 필자가 저년차 변호사였던 때에는 지나치게 사건에 몰입되어 상대방 변호사와 마주쳐도 모른 채 지나치거나 애써 외면하여 선배 변호사에게 꾸지람을 들은 적도 있었는데 당시에는 그런 선배가 서운하기도 하였다.

 

몇 년 사이에 변호사 수가 크게 증가해 변호사업계의 경쟁이 더 격화되고 있고 그로 인해 변호사들의 관계 역시 척박해지고 있다. 최근 동료 변호사로부터 변론기일에 출석하였는데 재판이 끝난 후 상대방 대리인에게 인사를 건넸으나 인사를 제대로 받아주지 않아 겸연쩍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일부러 인사를 받지 않았다고 믿고 싶지 않지만 만일 그 변호사가 과도한 경쟁심리에 따른 적대감이나 사건에 대한 지나친 몰입으로 인해 감정이 격앙되어 그랬다면 자신이나 의뢰인 모두에게 좋지 않다. 의뢰인의 입장에서는 자제력을 잃은 변호사를 신뢰하기 어려울 것이고, 조금 과장된 평가일 수 있으나 상대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고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변호사는 사건을 이성적으로 분석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상대방 변호사의 변론 스타일이나 진행방식의 장단점을 잘 파악하여 지혜롭게 대처하지 못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기업의 인사 담당자들은 기업경영의 시작과 끝은 인사관리에 있음을 강조하는 의미에서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라는 말을 자주 한다. 변호사에게 있어 상대에게 예의를 표시하는 인사가 만사라고 하는 것은 지나치겠지만, 승패를 다투는 상대방 당사자나 변호사를 제대로 이해하고 사건을 객관화하기 위한 첫걸음 이상의 의미는 가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재훈 변호사 (법무법인 엘에이비파트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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