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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법관의 재판배제 사유 정비해야 한다.

헌법 제27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하여 법률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정하고 있다. 불공정 우려를 낳을 수 있는 법관으로부터 재판받지 않을 권리도 국민의 기본권인 것이다. 이런 우려가 있을 수 있는 법관의 재판으로부터 배제될 기준에 관해서는 1차적으로 민사소송법과 형사소송법의 제척·회피·기피 조항이 정하고 있지만, 이 조항들은 현재 실무상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우선 위 조항들이 정한 법관배제사유에는 빈틈이 너무 많다. 경제적 이해관계의 비중이 다른 어느 이해관계보다 커져 있는 현대사회에서, 당해 재판의 결과가 가져올 수 있는 법관의 경제적 이해관계에 관한 규율이 형사소송법의 제척사유 조항에서는 전무하며, 민사소송법의 제척사유 중에도 법관이 사건당사자와 '공동권리자·공동의무자·상환의무자'인 경우라는 좁은 표현뿐이다. 법관의 배우자나 가까운 친인척이 법관의 담당사건 당사자의 대리인 내지 변호인인 경우에도 당연히 재판에서 배제되어야 하지만, 그에 관한 규율이 소송법에는 전혀 없고, 대법원의 법관윤리위원회가 제시한 ‘권고의견’과 ‘법관 등의 사무분담 및 사건배당에 관한 예규’가 이를 취급하고 있을 뿐이다. 더 큰 문제는 위 권고의견이 심지어 공개되지도 않고 있어서, 국민들은 그 내용을 정확히 알 수도 없다는 점이다.

 

법관의 배제에 관한 규율이 과거에 비해 크게 정비되어야 하는 이유로는, 첫째 전국의 판사·검사·변호사의 숫자가 급증하여 3만명에 육박하게 됨으로써, 변호사·검사와 부부·친자관계 및 가까운 친인척관계를 맺고 있는 법관들의 숫자가 급증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둘째, 과거와 달리 로펌에서 일하는 변호사의 비중이 높기 때문에 법관의 담당사건을 대리·변호하는 로펌에 법관의 친인척이 소속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셋째, 과거와 달리 현재의 젊은 법관들은 변호사 출신 및 검사 출신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서, 그로부터 발생하는 이해충돌의 발생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점도 있다. 가령 자신이 사내변호사로서 근무했던 기업이 그 법관 담당사건의 당사자가 되는 경우, 자신이 근무했던 로펌이 담당사건의 대리인이 되는 경우, 자신이 근무했던 검찰청에서 같은 형사부에 소속되었던 검사가 수사하여 기소한 형사사건이 배당되어 온 경우 등 세밀한 규율을 필요로 하는 상황이 크게 늘어났다. 이런 문제들에 대한 규율을 윤리규정에만 맡겨 둘 일은 아니다.

 

재판에서의 법관배제의 사유 및 절차에 관한 한국의 연구는 부실하지만, 지난 수십 년 간 미국의 그에 관한 연구는 풍부하게 집적되었고, 관련 조항도 수차례 개정되어 큰 발전을 하였다. 이제 한국도 법관의 배제사유에 관한 규정들을 검토하고 개선해 나가야 한다. 문제가 될 수 있는 경제적 이해관계를 구체화해야 하고, 제척사유 심사에 있어서 법관중심적 시각을 버리고 제3자 시각에서 보아야 하며, 현재 법률상으로 완전히 누락되어 있는 법관과 사건대리인 간의 관계를 구체적으로 정해야 한다. 물론 재판으로부터의 법관배제 제도가 악성 당사자의 재판지연책으로 악용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고, 그에 관한 대책도 마련해야 하지만, 근본적으로 한국의 법관배제사유에 관한 법률규정들은 재정비되어야 하는 시점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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