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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참여재판 단상(Ⅷ)

[국민참여재판 단상(Ⅷ)] 국민의 법감정을 판결에 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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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5학년 남학생이 편의점 앞에서 자전거 안장을 만지며 탈 준비를 하고 있다. 그 앞을 지나던 술 취한 중년 아저씨가 학생의 엉덩이를 손으로 치고 지나갔다면 이 남성은 추행을 한 것일까, 아닐까. 대법원은 여러 사건에서 "추행은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로서 피해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하는 것을 말하며, 이에 해당하는지는 피해자의 의사, 성별, 연령, 행위자와 피해자의 이전부터의 관계, 구체적 행위태양, 그 시대의 성적 도덕관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신중히 결정되어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다. 대법원이 판시한 추행의 기준을 두고 위 사안을 생각해보자. 여학생이었다면 아마 좀 더 쉽게 추행으로 결론지어질 것 같다. 연령이 중학생 이상이었다면 아마도 추행으로 인정될 확률이 높을 것이다. 엉덩이를 한 대 친 것이 아니라 진도가 더 나아갔다면 추행으로 판가름 날 가능성이 많아 보인다. 한편 수십 년 전 이런 일이 일어났다면 그 시대의 성적 도덕관념 상 그냥 넘어갔을 공산이 크다. 배심원들이 이와 같은 사안에 어떠한 의견을 낼지 국민참여재판 시작 전부터 상당히 궁금하였다. 아니 뭔가 이 시대의 도덕관념에 따른 일반인의 건전한 상식을 초조하게 기대하였다고 함이 더 적절한 표현이다. 그런데 배심원들의 평결 결과는 유죄 의견 4명, 무죄 의견 3명의 팽팽한 접전으로 마무리되었다. 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국민참여재판의 판결 선고 시에는 피고인에게 배심원의 평결 결과를 알려주어야 하는데, 유죄 또는 무죄 한쪽의 만장일치 평결을 등에 업고 이 시대의 성적 도덕관념을 그럴듯하게 규정지으려던 기대가 여지없이 무너진 것이다.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기에는 사안은 볼수록 애매하고, 이 시대의 도덕관념은 아직 사춘기의 방황 중에 있나보다.

 

한편 현대사회에 살고 있지 않다면 듣도 보도 못했을 쟁점도 있다. 현대인에게 스마트폰은 제1의 필수품이다. 뉴스보고, 송금하고, 음악듣고, 대화도 나누는 등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일상의 많은 부분을 스마트폰으로 해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마트폰이 나오기 전 폴더 형태의 휴대폰에 비하면 크기가 조금 커졌나 싶기도 하지만 날이 갈수록 날씬해지는 데다 세련된 컬러까지 예쁘게도 생겼다. 이런 스마트폰으로 다른 사람의 머리를 때렸다면 그 스마트폰은 위험한 물건일까, 아닐까. 판례에 따르면 ‘위험한 물건’이라 함은 널리 사람의 생명, 신체에 해를 가하는 데 사용할 수 있는 일체의 물건으로, 어떤 물건이 ‘위험한 물건'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구체적인 사안에서 사회통념에 비추어 그 물건을 사용하면 상대방이나 제3자가 생명 또는 신체에 위험을 느낄 수 있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고 한다. 이 사건 피고인은 스마트폰을 세워 아래쪽 얇은 면으로 내리치듯이 피해자의 머리를 때렸다. 피고인은 자신은 서 있는 상태에서 앞에 앉아 있는 피해자를 향해 갑자기 공격을 가하였다. 피해자는 방어하기 어려운 상태에서 여섯 바늘을 꿰매는 상처를 입었다. 배심원들은 만장일치로 스마트폰이 위험한 물건에 해당한다는 의견을 냈다. 현대인의 필수품인 만큼 잘못 사용될 경우의 피해 가능성 또한 높으니 적절한 규율의 필요성이 있다는 취지였다. 그 날의 국민참여재판을 떠올리며 나의 그 '위험한 물건'을 만지작거린다. 뉴스포털에 들어가보니 오늘도 국민의 법감정과 괴리된 판결을 했다는 등의 비판적 내용의 기사가 눈에 띈다. 항시 판결 때문에 골머리를 앓아서인지 ‘판사는 판결로만 말한다’는 명제가 문득 떠오른다. 그 해석에 관해서는 판사는 재판 중인 사건에 대해 일절 언급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부터 아예 정치적 의견 표명을 금지해야한다는 주장까지 각양각색이다. 그러나 판결 그 자체를 완성하기 위해 판사는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부어야 한다는 점에는 모두가 동의할 것이다. 그래야 승패를 떠나 판결에 대한 납득과 신뢰가 가능해지고 판사는 판결로만 말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국민참여재판에서도 판사는 물론 판결로 말한다. 그 판결에는 먼저 정성과 성의를 다하는 마음, 판사의 誠心을 담아야겠다. 그리고 또 하나, 국민참여재판에서는 반짝반짝, 국민의 법감정이 그 안에 빛난다.

 

 

김정민 부장판사 (수원지법)

☞ one point 법령 해석
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에 관한 법률
제48조(판결선고기일)
④ 재판장은 판결선고시 피고인에게 배심원의 평결결과를 고지하여야 하며, 배심원의 평결결과와 다른 판결을 선고하는 때에는 피고인에게 그 이유를 설명하여야 한다.
제49조(판결서의 기재사항) ① 판결서에는 배심원이 재판에 참여하였다는 취지를 기재하여야 하고, 배심원의 의견을 기재할 수 있다. 

② 배심원의 평결결과와 다른 판결을 선고하는 때에는 판결서에 그 이유를 기재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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