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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취재수첩] 수사절차도 시대 따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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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 수사를 위해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지만, 신중히 고민해야 할 문제입니다."

 

법원이 피의자의 스마트폰 잠금해제를 위한 지문 검증 영장을 발부해 논란이 일고 있다는 본보 보도<2019년 12월 9일자 1면 참고>를 본 한 변호사의 말이다.

 

스마트폰 사용이 일상화되면서 범죄 수사에서 스마트폰은 '증거의 보고(寶庫)'로 떠오르고 있다. 피의자 등 사건관계인의 스마트폰을 확보하느냐 여부가 수사의 성패에 중요한 변수로까지 작용한다. 하지만 스마트폰을 압수하더라도 잠금해제를 못하면 무용지물이다.

 

이때문에 잠금해제를 위해 첨단기기가 동원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 같은 기술을 지원 받기 어려운 때에는 지문 검증 영장이라도 발부받아 잠금해제를 시도할 수 밖에 없다는 게 검찰 설명이다.

 

적법하게 압수수색한 스마트폰의 잠금해제를 위해 사용자인 피의자 등의 지문을 스마트폰에 대도록 하는 것은 마약범죄나 음주운전 사건 등에서 채혈이나 채뇨 등과 다름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헌법재판소도 1997년 도로교통법 제41조 2항 등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사건(96헌가11)에서 음주측정거부행위 처벌 조항이 합헌이라고 하면서, 진술거부권에서의 '진술'이란 '언어적 표출 즉, 생각이나 지식, 경험사실을 정신작용의 일환인 언어를 통하여 표출하는 것을 의미'하므로, 호흡측정기에 입을 대고 호흡을 불어 넣도록 요구하는 것은 신체의 물리적, 사실적 상태를 그대로 드러내는 행위에 불과하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4차산업혁명 시대를 맞을 정도로 기술 발전은 눈부시고 그에 따른 사회 변화도 많다. 자신에게 불리한 증거가 담겨있을 수 있는 스마트폰의 잠금해제를 위해 지문을 갖다대도록 강제하는 것은 금고의 비밀번호를 말하도록 강요하는 것과 같을 수도 있다.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않을 권리를 의미하는 헌법상 자기부죄금지(自己負罪禁止)의 원칙에 나오는 '진술'에 '말(言)'만 포함된다고 보기 어려운 시대인 셈이다.

 

앞으로 사람의 두뇌 속 정보를 뇌파를 통해 외부로 드러낼 수 있는 기술이 출현할 가능성도 높다. 그때도 당신은 아무 '말' 안했으니 진술거부권 침해가 아니라고 할 수 있을까. 급격한 기술 발전 속에서 고전적인 기본권 개념도 변해야 한다. 그에 따라 수사과정에서 지켜져야 할 적법절차의 변화도 불가피하다.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수사절차 개혁이 필요한 때다.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