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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주말

[나의 주말] 오일 파스텔로 힐링하는 김아름 변호사

기록을 잠시 잊고 싶을 때 나는 크레파스를 잡는다

난 미술이고, 음악이고, 체육이고 정말이지 젬병에 창의성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사람이다.

그런데 요즘 시간이 남을 때마다 ‘오일파스텔’이라는 화구로 그림을 그리고, 완성된 그림을 사진으로 찍어 SNS에 자랑한다.

내 SNS를 보던 친구들은 ‘안 어울리게 왜 이러냐’며 아주 놀라워한다. ‘니가 그림이라니! 그것도 제법 잘 그린 것 같은 그림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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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아이를 재우고 '오일 파스텔'로 그림을 그리고 있는 김아름 변호사. 부엌 식탁 조명만 켜두고 색칠을 하다보면 하루종일 쌓였던 스트레스도 눈녹듯이 사라져버린다.

 

“친구들아, 사실 그거 ‘색칠공부’야.” 이 공간에서 솔직하게 말해본다.

내 또래라면 누구나 어릴 때 ‘색칠공부’를 해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완성된 스케치 또는 도안에 색을 칠하기만 하면 되는 것인데, 몇년 전부터는 ‘컬러링’이라는 말로 성인들도 취미로 즐기기 시작했다.


미술에 소질 없어도

전문가 밑그림에 색칠하는 작업

 

성인용 컬러링이 유행하기 시작한 시점은 ‘힐링’이 유행하던 시절과 대충 맞물렸던 것 같다. 사회생활로 쌓인 스트레스를 컬러링으로 풀라는 것이다.

업무 시 주로 활용하는 뇌 활동방식과 전혀 다른 방식으로 뇌를 활용하는 것이 스트레스 완화에 좋다고 한다. 그러므로 우리 같은 변호사들에게 컬러링은 스트레스 해소에 적합한 수단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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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성인용 컬러링은 대부분 색연필이나 수채화용 물감을 재료로 사용하도록 나온다. 그래서 도안이 세밀하고 정교하다. 삐져 나가면 안 예쁘고 밉다.


몇 년 전부터 '컬러링'이란 이름으로

성인 취미 합류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나 같은 사람이 많을 것이라고 믿으며 솔직하게 말하는 것인데) 나는 성격이 급하고 꼼꼼하지 못하다. 그래서 세밀한 색연필로 넓은 면을 칠하다보면 언제 다 하나 싶어서 한숨이 나오고, 작은 면을 칠하다가 삐져나가면 화가 난다. 색연필이 이럴진대 붓으로 수채화 물감을 사용하는 컬러링이라니, 언감생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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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변호사가 그린 지중해 풍경

 

스트레스 풀려고 컬러링을 하다가, 오히려 화가 나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그러던 차에 ‘오일 파스텔’을 알게 되었다. “나 요즘 오일 파스텔로 그림 그려.” 오, 뭔가 있어 보인다. 그런데 사실 오일 파스텔은 ‘크레파스’다. 누구나 어릴 때 숱하게 그림을 그려 매우 친숙한 그 화구.

 

조용한 밤 혼자서 작업하다 보면

스트레스도 날아가


크레파스는 세밀한 면을 칠하기엔 적합하지 않지만, 넓은 면을 균질하게 칠하기에 좋고, 수채용 물감처럼 색 표현이 어렵지 않으며, 별다른 기술 없이 도화지에 쓱쓱 칠하면 되는 매우 쉬운 도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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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오일 파스텔 컬러링을 더 쉽고 깔끔하게 할 수 있는(더불어 결과물까지 좀 있어 보이는) 팁이 있다. 첫째, 세밀한 부분은 색연필을 사용한다. 오일 파스텔이 유성재료이므로 색연필도 유성 색연필이어야 한다. 가장자리나 좁은 면을 색연필로 칠하면 티나지 않게 깔끔한 채색이 가능하다. 둘째, 칼을 잘 사용해야 한다. 오일 파스텔의 큰 단점이 이른바 ‘똥’이라고 불리는 찌꺼기가 많이 생긴다는 것인데, 찌꺼기를 문구용 칼로 살살 긁어내어 치워주면 결과물이 아주 깔끔해진다.


오일 파스텔 컬러링을 접한 이후 나는 딸아이를 재우고 난 밤을 간절히 기다리게 되었다. 몰래 부엌 식탁 조명만 켜두고, 딸아이에게 들킬까봐 깊게 숨겨놓은 나만의 크레파스 통을 꺼내어 전문가가 그려놓은 도안에 시원하게 슥슥 칠하면, 어느새 하루 종일 쌓였던 스트레스가 눈녹듯이 사라진다.

기록을 잠시 놓고 한숨 돌리고 싶은데 도저히 그림에는 젬병인 변호사님들에게, 오일 파스텔 컬러링, 다른 말로 크레파스 ‘색칠공부’를 적극 권해본다.


김아름 변호사(아이지에스 주식회사)

미국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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