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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대법원은 대한민국 건국의 정당성을 의심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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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은 지난 11월 21일 이승만 박정희 두 전직 대통령을 모욕적인 표현으로 폄하하는 내용의 ‘백년전쟁’ 방송보도에 대하여 면죄부를 내리는 판결을 선고하였다(2015두49474 판결). 방송통신위원회가 그 방송내용이 객관성·공정성·균형성 유지의무를 위반하고 사자의 명예존중 의무를 위반하였다는 이유로 그 방송사에 대하여 제재조치를 내린 데 대하여, 그러한 의무를 위반하였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그 제재조치가 위법하다고 판결한 것이다. 그 판결은 1,2심에서 방통위의 제재조치가 정당하다고 한 판결을 파기한 것인데,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위 의무 위배 여부를 두고 6:6의 팽팽한 의견대립 끝에 대법원장이 파기 쪽에 손을 들어 줌으로써 그 방송보도에 면죄부가 주어진 것이다.

 

그 방송보도는 이승만과 박정희의 에피소드성 행적들을 예시하면서 입에 담기에도 민망한 모욕적인 표현으로 인격적인 비난을 가하고 그들의 독립운동과 경제발전에 관한 공적을 폄하하는 내용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러한 보도를 위하여 제작자는 두 대통령에 대한 다양하고 방대한 자료 중 제작 의도에 부합하는 자료만을 선별 채택하고 부합하지 않거나 두 대통령에게 유리한 자료와 의견에 대해서는 침묵하였다.

 

대법원의 다수의견이 그 방송보도에 대하여 면죄부를 내린 이유는 그 방송보도의 매체별·채널별·프로그램별 특성을 감안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 특성이란 그 방송보도가 시청자가 제작한 비지상파의 교양프로그램으로서 방송사업자가 직접 제작한 지상파의 보도프로그램에 비하여 사회적 영향력에 차이가 있으므로 이에 대하여는 ‘완화된 심사기준’이 적용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다수의견은 이 사건 방송보도가 편파적인 자료만으로 대상자들에 대하여 모멸적인 표현으로 인격적 비난을 퍼부었음에도 객관성과 공정성 및 균형성 유지의무와 심지어 사자 명예존중 의무까지도 위배하였음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결한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판단에 이른 것은 헌법에 보장된 표현의 자유를 최대한 실현시키고 다양한 견해가 사상의 자유시장에서 경쟁하도록 하기 위함이라고 하였다.

 

다수의견은 이에 덧붙여, 이 사건에서의 논쟁은 이 사건 방송이 제기한 역사적 쟁점에 대하여 어떤 관점이 옳은가에 대한 것이 아니고 역사해석과 표현에 대한 국가권력의 개입 한계와 정도에 관한 법리적 쟁점에 대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만일 대법원이 이 사건 방송의 역사해석에 대한 당부를 논하였다면 다수의견은 어떤 입장에 섰을 것인가. 필자는 다수의견이 위와 같이 ‘완화된 심사기준’이라는 새로운 논리까지 개발하여 이 사건 방송에 대하여 지극히 우호적인 판단을 하게 된 진정한 이유는 이 사건 방송제작자의 역사관에 동의하거나 적어도 그것이 채택 가능한 역사관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 아닌지 걱정을 한다. 이 사건 방송 제작자를 포함한 좌파진영은 '이승만이 민족을 분단시킨 원흉이요, 그가 세운 대한민국은 태어나서는 안 되는 정부였다'는 역사인식을 가지고 있고, 이 사건 방송도 그러한 역사인식을 뒷받침하기 위하여 제작된 것임을 다수의견도 모르지 않을 것이다. 다수의견이 이러한 역사인식을 단호히 거부하고 있다면 그러한 의견을 내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해방정국에서의 국내외 정치상황을 되돌아보면 이승만이 없었더라면 한반도는 김일성에 의하여 공산주의로 통일되었을 것임이 필연적인 추론이다. 그럼에도 이승만을 분단의 원흉으로 낙인찍고 대한민국 건국의 정당성을 부정한다면 김일성에 의한 공산주의 통일도 수용할 수 있다는 말이 아닌가. 그랬더라면 지금 우리는 누구의 치하에서 고통 받고 있겠는가.

 

대법원은 헌법을 수호해야 할 최후의 보루이다. 우리 헌법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로 건국이념을 세웠다. 대법원장은 물론 대법관들도 자유민주주의 헌법질서에 대한 확고한 믿음이 없으면 한시라도 그 자리에 있어서는 안 된다. 다수의견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표현의 자유가 최대한 보장되어야 함을 그 의견의 대전제로 강조하지만, 아무리 자유민주주의사회라 하더라도 자유민주주의를 허무는 자유까지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 자유민주주의에서의 자유를 이용하여 도리어 자유민주주의체제를 전복시키려는 기도는 봉쇄되어야 한다.

 

다수의견이 결코 대한민국 건국의 정당성을 의심하고 있지는 않기를 바란다.

 

 

이용우 전 대법관

리걸에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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