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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포럼

Close Encounters of the Third Ki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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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CC(Extraordinary Chambers in the Courts of Cambodia)는 그 명칭이 나타내듯이 캄보디아 사법부 내에 설치된 국제재판부다. 캄보디아 판사들이 UN 재판관들과 함께 근무한다는 점에서 이른바 혼합형 재판소(Hybrid Tribunal)에 해당한다. ECCC 외에도 시에라리온(SCSL), 레바논(STL), 동티모르(SPSC), 코소보(UNMIK) 등 사태와 관련된 유사한 형태의 재판소가 설치된 바 있었는데, 국제형사재판소(ICC)에 비하여 해당 국가 정부나 국민들의 이해관계가 좀 더 반영될 수 있다는 점에서 최근의 미얀마나 시리아 관련 사태에 대해서도 설치 가능성이 논의되고 있다.

 

이러한 재판소는 국제사회와 해당 정부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져야 한다는 점에서 정치적 타협의 산물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ECCC는 장기 협상 끝에 UN이 캄보디아 판사를 다수로 한 재판부를 구성하는 데 동의함으로써 캄보디아 정부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강화된 측면이 있고, 절차법 역시 기본적으로 규문주의 방식(Inquisitorial System)인 캄보디아 형사소송법을 따르도록 되어 있으나, 그 모법인 프랑스 형사소송법의 현대적 발전을 반영하지 못한 상태에 머물러 있다.

 

이러한 현실 아래에서 UN 재판관과 직원(Legal Officer)들은 국제 기준에 맞게 재판이 이뤄지도록 보장하는 임무를 맡고 있는데, 이는 비단 캄보디아 측과의 관계에서만이 아니라 재판소 내 UN 구성원들 사이에서도 상당한 논쟁의 대상이 되고 있다. 특히 영미법계 국가 출신의 직원들은 판사에게 절대적 권한을 부여하는 절차의 진행이나 증거법칙 등이 국제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이의를 빈번하게 제기하였다. 심지어는 판결문에 사용할 영어 표현을 둘러싸고 영국, 미 대륙, 호주 출신의 직원들이 자존심을 걸고 각자 의견을 내세우는 경우도 있었다.

 

국제 기준과 캄보디아 상황, 대륙법과 영미법, 언어의 뉘앙스 등 다양한 대립항이 존재하는 근무환경에서 궁극적 결정의 부담은 재판관이 지게 된다. 절충적(eclectic)인 제3의 길을 택하여 갈등을 피하였던 경우가 많았고, 때로는 한국의 유연한 법제도와 문법 위주 영어 교육의 도움도 받았다. 언젠가 팀원들에게 우리가 키메라(Chimera, 사자의 머리와 양의 몸통에 뱀의 꼬리를 한 그리스 신화의 괴물)를 만들고 있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고 토로한 적도 있었다.

 

혼합형 국제재판소는 순수한 법치주의, 즉 정치에 대한 법의 완벽한 우위를 추구하는 입장과 도구적 법치주의, 즉 법을 단지 정치의 수단으로 여기는 입장 사이의 어딘가에 위치한 전략적 합의에 따라 설립되는 것이지만, 재판의 내용까지 그 정책적 타협에 맞추어 이루어질 수는 없음은 당연하다. 국제형사재판은 단순히 해당 국가의 사건을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인류가 합의할 수 있는 ‘최소한의 정의’에 대한 역사적, 교육적 기록을 남기는 행위이기도 하다.

 

라드부르흐는 법 이념(Rechtsidee)이 정의(Gerechtigkeit), 법적 안정성(Rechtssicherheit) 그리고 합목적성(Zweckmaßigkeit)의 3요소로 구성되어 있다고 하였다. 합목적성, 즉 법을 이용하여 개인적 또는 집단적 가치를 실현하려는 시도는 타당하지만, 그 과정에서 보편적 정의 및 법적 안정성에 대한 고려를 절대 소홀히 하여서는 안 된다.

 

 

백강진 재판관 (크메르루즈 특별재판소(ECC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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