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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臺에서

채무자 친화적인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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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민법을 비롯한 실체법은 채권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하여 만들어진 것이다. 또한 문명사회에서는 자력구제가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실체법이 보장하는 채권자의 권리를 실현하기 위하여 민사소송법과 같은 절차법이 만들어졌다. 결국 대부분의 실체법이나 절차법은 채권자가 권리행사를 하기 위한 도구라고 할 수 있다.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채무자회생법)은 어떠한가. 채무자회생법도 채권자의 이익을 위하여 존재하는 측면도 있다. 그렇지만 이 법의 주된 목적은 재정적 어려움으로 인하여 파탄에 직면해 있는 채무자를 효율적으로 회생시키거나 면책을 통하여 채무자가 새로운 출발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데 있다. 이러한 점에서 채무자회생법은 상대적으로 채무자를 위한 법이라고 할 수 있다.

 

채무자회생법은 다른 법과 달리 하나의 완성된 논리체계를 가지고 형성된 것이 아니라 시대와 경제상황에 따라 변천되어 왔다. 도산절차에서 채권자는 권리행사가 제한되고 절차 내에서만 변제받을 수 있다. 이는 채무자회생법이 채무자를 위한 법이라는 특성에서 비롯된 것이다. 법원도 이러한 채무자회생법의 특성을 고려하여 채무자 친화적으로(debtor friendly) 도산제도를 운영할 필요가 있다.

 

실무에서 회생을 신청하는 기업 중 상당수는 회계장부가 부실하다. 그러다보니 회생신청을 위해 장부를 정리하다보면 상당 규모의 돈이 비는 경우가 많다. 회계분식의 의심이 있는 경우도 있다. 이는 우리나라 기업인들이 대부분 기업을 자기 것이라고 생각하는 데서 비롯된 것이다. 돈 거래나 비용 지출에 있어 기업과 본인을 구별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실제 자산과 장부상의 자산에 큰 차이가 발생한다.

 

회생파산업무를 맡으면서 많은 기업인들을 만났다. 누구를 만나건 그래도 기업인들이 애국자인 것을 절감한다. 일부 문제가 있는 기업인도 있지만, 국가경제나 가정경제에 있어 기업은 든든한 버팀목이다. 법원에 찾아오는 기업인들을 의심의 눈으로 볼 필요는 없다. 채무자회생법의 존재 이유처럼 채무자를 친화적인 시선으로 바라봐 주어야 한다. 법원은 판사가 아닌 재판받는 사람들을 위해 존재하는 곳이고, 그들을 이해할 수 없는 법원이라면 제대로 작동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전대규 부장판사 (서울회생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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