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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프리즘

不惑, 그 ‘앓음다움’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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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하는 아쉽게도 신입사원 전형에 합격하지 못했습니다.”

 

나의 20대는 말 그대로 백전백패였다. 남들보다 늦은 졸업을 하고도 입사시험에 백번 넘게 떨어졌다. 면접장에 들어선 순간부터 “지원자가 대리급보다 나이가 많은데 서로 불편하지 않겠어요?”라는 면접관들의 질문을 빙자한 탈락통지에도 굴하지 않고, 미운오리새끼가 백조로 변모해가는 과정이라고 스스로 위로했다. 그러나 경력 없이 나이만 먹은 여성구직자는 미운데다가 누구도 키우고 싶지 않은 미운오리새끼 같았다.

 

20대의 나는 상위 20%가 나머지 80%를 지배하는 ‘파레토 법칙’이 적용되는 경쟁사회에서 상위 20%에 들면 성공한 인생, 나머지 80%는 실패한 인생이라는 강박을 떨칠 수 없었다. 그리고 상위 20%에 끼기 위해 안간힘을 쓰며 아등바등 달려왔지만, 결국 나는 20%의 커트라인을 넘을 수 있을 만큼 경쟁에 뛰어난 인재가 아님을 깨달았다. 청년의 나는 사회의 문턱을 넘기도 전에 ‘내가 참 별것 아니구나’를 백번이 넘는 실패를 통해 깨달으며 몹시 ‘앓았다’.

 

이 이야기는 서른에 출간한 ‘여자, 미셸을 탐하라’는 책의 서문이다. 기자 재직 시절 출판사에서 작가 제안을 받아 나의 백수기가 녹아든 자기개발서를 출간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 책의 인세 수입 덕에 로스쿨 입학금을 마련해 30대 기혼녀 신분으로 법조인이 되겠다는 무모한 도전을 감행할 수 있었다. 부족한 ‘스펙’ 탓에 출발은 늦었지만, 어차피 지각 인생 사회가 정해놓은 성공타이머에 연연하지 않고 가장 나다운 방식으로 나만의 ‘인생 스토리’를 이어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박상륭의 소설 '잠의 열매를 매단 나무는 뿌리로 꿈을 꾼다'에는 ‘앓음다움’이라는 단어가 나온다. 아름다움은 아픔과 고난을 이겨내기 위해 애쓰는 상태인 ‘앓음’에서 왔다고 한다. 앓음다운 사람은 아픔과 고난을 이겨내 사람답다는 뜻으로, 고통을 겪음으로해서 타인의 고통을 이해하고 함께할 수 있는 사람인 것이다. 不惑을 지척에 둔 요즘, 앓음다운 시절을 돌아본다. 삶의 앓음들이 겹겹이 쌓여온 청년기가 지나가고, 그렇게 아름다운 중년이 시작된다.

 

 

김재희 변호사 (김재희 법률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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