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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臺에서

형사재판의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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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판사들이 형사재판보다는 민사재판을 선호한다. 민사재판의 기일운영이 형사재판보다 상대적으로 자유롭고, 형사보다는 민사 법리가 좀 더 어렵고 정교하다 보니 연구할 맛이 나기도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큰 이유는 다른 사람의 인신 구속 여부를 결정하고 형을 선고하는 것이 힘들고 고통스럽기 때문일 것이다.

 

그동안의 내 사무분담을 돌아보면, 민사와 형사가 거의 절반씩 차지한다. 다른 판사들보다 형사재판을 상대적으로 많이 한 셈이다. 형사재판을 지원한 적도 몇 번 있었다. 민사재판에 대한 자신이 없어서는 아니었을까, 유무죄 판단이 타인의 인생에 미치는 영향을 과소평가한 것은 아닐까, 스스로 그 이유를 물어보았다.

 

선고는 다 어렵지만, 특히 형사재판에서의 선고는 부담감이 상당하다. 선고 전날 밤잠을 설치는 것은 당연하고, 당일 아침에는 소화도 잘 안 된다. 법정구속을 마음먹은 날에는 특히 그렇다. 선고가 끝나고 나서도 한동안 그 생각이 떠나지 않는다. 증거가 명백하고 피고인 스스로 잘못을 인정한다고 해도 부담감에는 큰 차이가 없다. '죄 없는 사람에게 유죄를 선고하는 것은 아닐까', '형을 정할 때 놓친 요소가 있는 것은 아닐까' 항상 두렵다.

 

잘못된 판단으로 죄인을 풀어줘서는 안 되는 것이 형사재판이지만, 무죄를 선고하며 보람을 느끼는 때도 많다. 재판을 진행하고 기록을 보면서 무죄라는 확신이 생기면, 억울함을 풀어줘야겠다는 유치한 사명감이 든다. 동시에 내 감정에 휘둘려 중심을 잃고 오판을 할까봐 무죄를 발견(?)한 스스로를 되돌아보기도 한다. 무죄를 선고하는 순간에는 나도 모르게 목소리가 떨려 부끄러울 때도 있었다. 억울함이 풀렸다며 눈물을 흘리는 피고인을 보고 울컥하기도 했다. 다른 사건들도 마찬가지지만, 특히 무죄를 선고한 경우에는 항소심 결과를 꼭 챙겨 본다. 내 판단이 틀리지 않았는지, 피고인의 눈물이 거짓은 아니었는지 확인하고 싶기 때문이다. 무죄가 확정된 피고인들은 몇 년이 지나도 가끔씩 생각나고, 안부가 궁금하기도 하다.

 

형벌을 선고하는 것은 판사의 업무 중 아마도 가장 괴로운 일이다. 피고인의 범죄가 중하다 한들 괴로움이 줄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형사 재판을 맡게 되는 것은, 억울한 피고인에게 내 입으로 무죄라고 말해 주고 싶다는 어린 시절의 꿈 때문일지도 모른다. 진실의 영역은 신만의 것임에도, 자꾸 넘보게 되는 이유다.

 

 

최다은 판사 (사법연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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