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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臺에서

측은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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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2분기 기준으로 가계부채가 1556조 원에 이르고 있다. 역사적으로 채무자는 어떠한 이유에서건 빚을 갚지 못한다. 빚을 갚지 못한 채무자는 어떻게 처리하여야 하는가.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면 아주 오래 전에는 노예가 되기도 했고 감옥에 보내지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법원을 통하여 합법적이고 신속하게 빚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그것이 개인파산과 개인회생이다.

 

개인파산은 개인이 소비생활을 하는 과정에서 생긴 채무를 본인의 힘으로는 도저히 갚을 수 없을 때 법원이 채무자가 가진 총재산을 채권자에게 공평하게 나누어 갚아주고 나머지 채무를 모두 면책시켜주는 절차다. 반면 개인회생은 정기적으로 생계비 이상의 수입을 얻을 가능성이 있는 급여소득자나 영업소득자가 원칙적으로 3년 간 일정 금액을 변제하면 나머지 금액은 모두 면책시켜주는 절차이다. 

 

개인파산절차를 이용할 것이냐 개인회생절차를 이용할 것이냐는 기본적으로 개인에게 계속적인 수입이 있는지 여부에 달려 있다. 문제는 계속적인 수입이 있지만 수입이 많지 않은 경우다. 이러한 처지에 놓인 개인은 생계비를 공제하면 변제재원이 없기 때문에 개인파산절차를 이용하는 것이 맞다. 그러나 현재 일부 법원실무는 조금이라도 수입이 있으면 생계비를 줄여서라도 개인파산보다 개인회생을 이용하도록 하고 있다. 

 

생계비란 말 그대로 개인이 일상적인 생활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비용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생계비를 줄이는 것은 인간다운 삶을 포기하도록 강요하는 것일 수도 있다. 채권자들에 대한 변제재원을 확보하기 위하여 생계비를 인위적으로 줄이는 것은 생계비를 제외한 가용소득으로 변제하도록 한 법 취지에도 맞지 않다. 그리고 통상적으로 대부분의 채권자들은 금융기관인데 그들도 신용평가를 제대로 하지 못한 책임이 있다. 이러한 점에서 생계비에도 미치지 못하거나 적은 수입을 가진 개인에 대하여 개인파산보다 개인회생을 이용하도록 한 후 생계비를 줄여 변제계획을 작성하도록 하는 현재의 일부 법원실무는 돌이켜 볼 여지가 있다.

 

개인파산이나 개인회생사건 담당 판사에겐 무엇보다 측은지심이 필요하다. 삶의 무게를 느끼고 마지막 희망을 걸고 법원을 찾은 채무자에게 "괜찮아요, 다시 시작할 수 있습니다"라고 위로와 격려를 해 줄 수 있는 마음 말이다.

 

 

전대규 부장판사 (서울회생법원)

미국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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