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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미혼부 자녀 출생신고 간소화해 아동 생명권 보장해야

미혼부가 보다 쉽게 출생신고를 할 수 있는 일명 ‘사랑이법’이 시행된 지 4년이 지났다. 부가 혼인 외의 자녀에 대해 친생자 신고를 할 때 모의 인적사항을 모르는 경우가 있을 수 있는데, 이 경우 여러 절차를 거쳐야 비로소 부자관계가 확정되는 번거로움을 개선하고자 2015년 11월 19일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가족관계등록법) 제57조 2항이 신설돼 모의 성명·등록기준지 및 주민등록번호를 알 수 없는 경우에는 가정법원의 확인을 받아 친생자출생 신고를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법 개정에도 불구하고 미혼부가 가정법원을 통해 자녀의 출생신고를 하기 위해서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다. 

 

가족관계등록법 제57조 2항에 대해 법원이 모의 성명, 등록기준지, 주민등록번호를 ‘모두’ 알 수 없는 경우에만 가정법원의 확인을 받아 출생신고가 가능한 것으로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 보니, 예를 들어 모의 성명만 알고 다른 인적사항을 모르는 경우에는 가정법원이 확인신청을 기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편 혼인 중에 임신한 자녀는 남편의 자녀로 추정되다 보니, 사실상 이혼 상태에서 다른 남자와 사이에서 아이가 태어난 경우 모가 출생신고를 하게 되면 아이의 아버지가 생부가 아니라 서류상의 남편으로 될 수 밖에 없고, 이를 피하고자 생부가 아이의 출생신고를 하자니 ‘모의 성명, 등록기준지, 주민등록번호를 알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아 가정법원에 확인청구를 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경우 미혼부가 자녀의 출생신고를 하기 위해서는 후견인 지정 신청, 자의 성본 창설허가, 가족관계등록부 창설허가, 인지 등의 여러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하고, 이런 절차를 모두 마치는 데 보통 1~2년이 기간이 걸리다 보니 절차의 번거로움 뿐만 아니라 그동안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아동은 의료, 교육 등에 있어 사각지대에 놓이게 되는 큰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아동은 필수적인 예방접종을 받지 못하고, 질병 또는 상해로 치료가 필요한 경우에도 적절한 의료조치를 받기 어렵다. 아동수당 등의 복지혜택도 받지 못하며, 취학연령에 이르러도 학교에 다닐 수 없다. 출생기록이 없다 보니 유기, 불법입양, 매매 등의 범죄에 노출될 위험도 있다. 

 

결국 미혼부의 자녀 출생신고를 간소하게 함으로써 출생 아동의 생명권을 보장하고자 하는 법의 신설취지를 현실적으로 살리기가 매우 어려운 것이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우선 가족관계등록법 제57조 2항의 해석을 완화하거나 모의 인적사항 중 이름 등 일부를 알더라도 나머지를 모르는 경우에는 미혼부의 출생신고를 허용하는 내용으로 이 법조항을 개정하는 방안이다. 더 나아가 가족관계 확정과 출생신고 문제를 분리시키는 보편적 출생등록제도의 도입도 생각해 볼 수 있다.

 

가족관계의 정확한 확정도 중요하지만 출생 아동의 권리보장도 중요한 만큼 미혼부의 출생신고를 더 간편하게 함으로써 출생 아동이 법의 사각지대에 놓이지 않게 하려는 사회의 관심과 적극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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