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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포럼

로펌과 사회적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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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가 성립한 이래 기업의 본질은 ‘이윤 추구’였다. 그런데 최근 이 명제에 근본적 질문을 던지는 상황을 마주하고 있다. “사회적 가치 창출을 통해 사회와 더불어 성장한다. 기업은 이해관계자간 행복을 위해 노력한다.” 어느 주식회사의 정관 내용이다. 사회적 기업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은 SK그룹 주요계열사들이 2017년 개정한 내용이다. 더 놀라운 것은 “기업은 충분한 이윤을 지속적으로 창출하여야 한다”는 표현을 기업의 목적 조항에서 삭제한 것이다.

 

애플, 아마존, 펩시, GM 등 미국을 대표하는 대기업 CEO 180여명은 올 여름 열린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에서 ‘기업의 목적에 대한 성명’을 발표했다. 이윤 창출 및 주주가치 극대화라는 목표에서 근로자, 고객, 지역사회 등 이해관계자를 고려하는 경영으로,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지속가능한 비즈니스로 전환되어야 한다는 내용이다. 미국 언론들은 일제히 주주자본주의에 대한 종말을 고하는 선언이라 평가했다. 한발 더 나아가 저명한 경영학자인 마이클 포터 하버드대 교수는 기업이 사회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동안 사회문제는 정부나 NGO의 몫이었다. 기업은 오히려 사회문제를 일으키는 존재로 비난받았다. 그런데 이제 기업이 나서야 규모가 커지고 풀기 어려운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재무제표 같은 공시방법도 변화하고 있다. SK그룹뿐 아니라 삼성전자는 작년부터 회사가 창출한 사회적 가치를 금전으로 계량화해 재무제표와 함께 공시하고 있다. 많은 기업들이 사회적 가치를 강조하고 있다. 공공기관들은 경영평가에 사회적 가치 항목을 추가하였다. 연기금을 비롯한 투자자들은 사회적 가치를 고려하는 투자를 하고(사회책임투자), 소비자들도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기업을 선택(착한 소비)하는 흐름도 커지고 있다. 사회적 가치 경영은 기업 브랜드를 위한 치장 정도가 아니라 본질적 과제가 된 것이다. 

 

필자가 일하는 법무법인 지평은 몇 년 전부터 사회책임보고서를 내기 시작했다. 공익활동을 알리는 것을 넘어, 지배구조는 민주적인지, 구성원의 다양성은 충분한지, 이해관계자를 고려하고 있는지, 환경·부패·인권 등의 가치를 잘 지키고 있는지를 냉정하게 돌아보기 위함이다. 올해는 사회적 가치 경영선언을 했다. 컨트롤 타워인 사회적가치위원회를 신설하고, 구성원 채용, 변호사 업무, 사내 조달, 고객관계, 법조사회 등에서 사회적 가치를 고려한다는 것이다. 매년 1개 이상의 사회문제를 선정해 전사적으로 해결해 나가겠다는 계획, 전업 공익변호사를 수년 내 20여명까지 늘리겠다는 계획도 포함되었다.

 

그동안 로펌은 공익활동을 강조해왔다. 주로 사회봉사활동이나 무료변론, 공익소송 같은 것이었다. 기업이 사회공헌을 강조한 것과 같다. 그러나 지배구조, 일과 삶의 균형, 구성원 채용의 다양성과 차별금지, 법조윤리 준수, 환경실천, 지역균형발전 등 사회적 가치 실현에는 소극적이었다. 본래 변호사의 업무는 사회정의를 실현하는 일이다. 로펌의 일은 단순한 비즈니스 이상이다. 로펌은 사회적 가치 실현을 돈을 버는 일 못지 않게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 그런 흐름이 만들어지면 좋겠다.

 

 

임성택 대표변호사 (법무법인 지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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