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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포럼

진술거부권은 누구에게나 특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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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관적 증거가 명확함에도 거부권을 일관되게 행사한다면 검찰이 구형을 높이거나 법원이 이를 양형에 반영할 수 있다.”, "검찰을 지휘했던 전직 법무부 장관이 검찰 수사를 불신하고 무시하는 처사는 납득하기 어렵다.", “고위공직자 신분에 있던 분이 수사에 협조를 안 하는 것은 실망스러운 부분이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진술거부권 행사에 대한 몇몇 변호사와 법학자의 평가다. 부정적 뉘앙스의 언론보도에 동원된 전문가들의 논평은 문외한도 아니고 진술거부권이 헌법상 권리임을 잘 아는 이들의 반응이라는 점에서 놀랍고 실망스럽다. 일반 시민의 댓글이라면 이해가 간다. 수사 시작 단계부터 범죄혐의를 언론보도를 통해 낱낱이 접한 국민이라면 증거가 명백한 범죄자의 진술거부는 불성실한 수사태도이자 파렴치함으로 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진술거부권 자체가 수사 받는 방법의 하나다." 패스트트랙 수사에 자진 출두했던 야당대표의 주장이다. “변호사의 진술거부 종용, 지나칠 정도로 보장되어야 한다.”검찰 출신 국회의원이 변호사시절 피의자에게 진술거부와 허위진술을 강요했다는 이유로 징계위기에 놓인 변호사들에게 한 말이다. “진술거부권은 피의자의 유일한 무기다.” 조국 전 장관이 쓴 논문의 내용이다. 그렇다. 진술거부권은 헌법에 보장된 권리로서 피의자가 검사와 대등해질 수 있는 무기다. 검사는 일개인으로 보이지만 검사동일체 원칙으로 묶여진 조직을 등에 업고 있다. 그래서 그의 권한은 막강하다. 무소불위라고도 한다. 그런 검사에게 피의자는 한없이 약한 존재다. 그 힘의 불균형을 채워줄 무기가 바로 진술거부권이다. 피의자라면 누구에게나 인정되어야 하는 특권이다. 자기부죄거부특권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헌데 진술거부권은 무뎌진 칼이다. 꺼내 쓰려고 마음을 먹으면 검사의 회유와 엄포가 끼어든다. 문제가 있을 것이라고 겁을 주거나 신문에 응해 자백하고 선처를 받으라고 회유한다. 피의자는 검사의 권위에 눌려 꺼내든 칼을 칼집에 도로 집어넣을 수밖에 없다. 특권층의 피의자나 감히 진술을 거부할 용기를 갖는다. 진술거부권 행사가 특권층의 특권이나 갑질처럼 비춰지는 이유다. 이에 반해 보통의 피의자는 순순히 진술하고 진술내용이 적힌 피의자신문조서에 서명 날인해 버린다. 그러면 승패는 법정에 가기도 전에 이미 결정 난 것이나 다름없게 된다. 검사작성의 피의자신문조서는 증거능력을 갖기 때문이다. 

 

헌법 제12조 제2항에 형사상 불리한 진술 강요 금지가 명시되어 있고, 형사소송법 제244조의3는 일체의 진술을 하지 아니하거나 개개의 질문에 대하여 진술을 하지 아니할 수 있고 진술을 거부했더라도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는 것을 고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피의자가 진술거부 의사를 표명하더라도 검사는 신문을 계속 진행하는 것이 수사현실이라고 한다. 신문조서로 작성하여 피의자에게 불리한 자료로 쓰기 위함이다. 영장을 청구하거나 양형자료로 제출하는 것이다. 그러나 일체의 질문에 진술을 거부하겠다는 피의자에게 신문을 계속해서는 안 된다. 인권침해다. 양형이나 수사상 일체의 불이익도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 특권층의 진술거부를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비난할 것이 아니다. 보통의 피의자가 불이익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진술거부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현실을 비판해야 한다. 그것이 헌법과 형사소송법의 취지에 맞는 일이다.

 

 

하태훈 교수 (고려대 로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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