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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청년시대

서초와 세종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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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시험이 아닌, 공무원시험을 쳤어야 하는거 아냐?"

 

 "서초동에 뛰어들어 송무부터 배워야 하는거 아니야?"

 

"세종시가 아닌, 서초동으로 가는 것을 고려해봐."

 

필자가 실무 수습기관으로 법제처를 선택했을 때, 실제 들은 이야기입니다. 법학전문대학원이 도입된 후로 10년이 흘렀고, 무변촌이 빠른 속도로 감소하였으며, 변호사가 담당하는 업무 영역이 날로 확장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송무와 자문'만이 변호사의 진정한 업무 영역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은 탓인 것 같습니다. 공공의 영역에서 변호사로서의 첫 발을 떼려는 많은 법전원 세대 변호사들께서 주저하게 되는 지점도 바로 이 부분인 경우가 많습니다.

 

개인적으로 늦기 전에 다양한 영역의 업무를 경험해보고 싶었기에 법제처를 선택했고, 특히 법제, 법령해석 등 법제처의 주요 업무에 관하여 흥미를 가지고 있었던 터라 이 선택을 후회한 적이 없기에, 보다 다양한 영역으로의 진출을 도모하시는 분들께 저의 얕은 경험들이 조그마한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변호사가 악기를 연주하는 연주자라면, 법제처는 악기를 만들고, 악기가 제대로 소리를 낼 수 있도록 조율하는 장인의 역할을 합니다. 현대 사회의 복잡다단한 관계를 규율하기 위하여 법률 역시 다양화, 복잡화할 수밖에 없습니다. 구체적인 소송사건이 진행된다면 법령의 해석은 소송당사자와 대리인의 주장에 의해 판사의 최종적인 판단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리고 법제처의 업무는 구체적인 소송사건이 진행되기 이전에, 다양하고 복잡한 정부입법계획의 수립 및 시행, 각 부처의 입법안을 심사하는 정부 입법의 총괄 및 법령심사, 법령의 의미를 명확하게 하여 정부부처와 일선의 지방자치단체들에게 법령의 적용 지침을 마련해주는 법령해석, 국민 생활에 불편을 주는 법령과 제도를 바로 잡는 법령정비 등입니다.

 

비단 법제처 뿐 아니라, 각 중앙행정기관이나 일선 지자체들의 변호사들 역시 법제업무 및 법령해석, 행정처분 및 행정작용에 대한 자문 등 법령의 체계를 정비하고, 행정의 법률 정합성을 제고하는 업무를 주로 행하고 있습니다. 멀게는 입법의 영역부터, 가깝게는 준사법적 행정작용인 행정심판에 이르기까지 행정부문에도 변호사의 고유 영역은 분명 존재하고 있는 것입니다.

 

3년간 법무부 및 정부기관에서만 근무했던 한 법무관은 송무 경험이 없는 것에 대한 불안감을 비추었고, 저와 같이 실무수습을 했던 변호사들 역시 이와 같은 불안감을 토로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정부기관에서만 근무해왔던 변호사들에게 이러한 점이 약점으로 지적받을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앞서 밝힌 대로, 정부기관의 변호사들은 법을 만들어가면서 그 입법 취지와 배경에 대해 숙고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며, 법령의 해석을 통하여 여러 정부부처 간 대립되는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해당 법령이 사회에 미칠 수 있는 영향력 등을 검토하게 됩니다. 이처럼 법의 생성 과정과 취지를 파악하고, 그 파급력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것 역시 법률가로서의 중요한 자질을 향상시키는 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할 것입니다.

 

변호사는 소송 대리인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법률 전문가이기도 합니다. 공공의 영역에서 이러한 법률 전문가가 활약할 수 있는 공간은 아직도 많이 남아있으며, 법령심사나 법령해석과 같은 업무 분야는 여전히 변호사들의 블루오션이 될 수 있습니다. 변호사이자 법률 전문가로서의 역량을 공공의 영역에서 발휘하게 된다면, 변호사의 경쟁력과 필요성이 보다 구체적으로 부각될 것이고, 그것은 곧 변호사의 처우에 대한 개선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타 부처와 비교하여 변호사의 비율이 월등히 높은 법제처의 변호사에 대한 대우가 여타 행정기관에 비해 명백히 좋다는 점이 적절한 예가 될 수 있습니다.


공공기관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송무 영역에서 활약하는 변호사들이 많아지고, 서초에서의 경험을 무기로 세종에서 활약하는 변호사들도 점차 늘어나고 있습니다. 서초와 세종, 각각의 업무 영역을 넘어서서 서로간의 이동과 교류가 자유로워지는 순간, 서초와 세종의 심정적 거리가 집 앞 편의점에 맥주 한 캔 사러 나가는 마음의 거리만큼 가벼워질 때, 법조 전체의 성장이 보다 가까워질 수 있을 것입니다.

 

 

김상욱 변호사 (법제처 법령해석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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