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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인사청문회제도 개선할 때가 되었다

공석 중인 법무부장관의 후임으로 물망에 오른 여당 의원이 “이렇게 험악한 시국에 무슨 변을 당하려고 장관을 하겠느냐”며 국회의 장관 인사청문회 통과가 부담스러워서 고사하였다고 한다. 과거 한 정당 대표는 “청문회가 마치 도살장 같다”고 표현하였다. 허술한 인사청문회제도의 현실과 난맥상을 보여주는 광경들이다. 여당의 전 원내대표에 의하면, 현정권 들어 장관직을 고사한 사람이 27명으로, 역대 정권 중 가장 많다고 한다.

 

현행 인사청문회제도는 후보자에 대한 사전 검증절차가 매우 부실하여 부적격인 인사를 선정하는 경우가 많다. 또 선정된 인사에 대한 국회의 청문회 과정에서도, 업무능력에 대한 검증이 차분하고 체계적으로 이루어지기 보다는 무조건적인 여야간 정쟁의 양상이 많고, 도덕성 공격에 집중하는 바람에 확인되지도 아니한 사실이 의혹 제기만으로 언론에 무분별하게 공개되어 후보자가 평생 살아온 인생과 가족이 만신창이가 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 국회의원이 청문회를 국민 눈도장 찍기와 실적쌓기 용도로 활용하기 때문이다. 공직후보자에게는 헌법상 보장되는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의 권리(제17조)나, 인간 존엄과 행복추구권(제10조)은 아예 무시되고 있다. 그래서 실제 능력이 있는 인사가 고사하는 경우도 다반사이고, 새로운 인사의 물색에 큰 애로가 생기는 바람에 국정운영이 마비되는 경우가 빈번하다.

 

2000년 도입한 인사청문회제도의 본래 취지는 장관 등 고위공직자의 업무능력과 도덕성을 검증하여 가장 적격인 인사를 선발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의 운영실태를 보면, 그러한 도입 취지와 너무 동떨어지게 운영되어 부작용만 양산하고 있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이다. 우리 인사청문회제도는 미국 제도를 도입한 것인데, 미국의 운영방식을 보면, 대통령의 인선과정에서 후보자에 대해서 백악관 인사국, FBI(연방수사국), IRS(국세청), 공직자 윤리위원회 등 핵심 부서들이 총동원되어, 철저하게 매뉴얼화된 시스템에 의하여 검증한다. 개인과 가족에 대한 배경 사항(61개항), 직업 및 교육적 배경에 관한 사항(61개항), 세금 납부에 관한 사항(32개항), 교통범칙금 등 경범죄 위반 사항(34개항), 전과 및 소송진행에 관한 사항(35개항) 등 총 233개의 항목을 체계적이고도 철저하게 검증하고 있다. 이 때문에 검증대상자가 우리(57명)보다 10배나 많음(600명)에도 불구하고, 1789년 헌법 제정 시 도입된 이래 상원에서 인준이 거부된 경우는 12회에 불과할 정도로 알차게 운영되고 있다. 반면, 우리는 사전검증 시스템이 너무 체계가 없고 부실하다고 평가되어 "미국 제도의 알맹이를 빼고 껍데기만 도입하였다"거나, "미국과 한국의 수준 차이를 보여준다"는 등 신랄한 비판이 줄을 잇고 있다.

 

고위공직자는 도덕적으로 완벽한 종교, 윤리 분야의 성인군자일 필요가 없고, 국민을 위한 가장 유능한 살림꾼이면 된다. 국가나 단체에서 살림꾼을 잘못 뽑으면 결국 다름아닌 국민이나 구성원들이 치명적인 피해를 보는 것인데, 국민으로부터 가장 막중한 심부름꾼으로 부름을 받은 국회는 이러한 이치는 안중에도 없는 듯하다. 법무부 장관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국정운영에 가장 중요한 인사청문회제도를 체계화하여 올바로 정립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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