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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참여재판 단상(Ⅶ)

[국민참여재판 단상(Ⅶ)] 양형감각 있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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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재판에 있어서 양형은 처음이자 끝이다. 이에 수긍하지 못할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범죄사실을 자백하는 피고인이 올인하는 분야임은 물론이고, 범죄사실을 다투며 무죄를 주장하는 경우에도 도저히 무시하기 어려운 막강 카리스마를 뿜어내는 존재니 말이다. 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배심원이 유죄 평결을 한 경우에는 심리에 관여한 판사와 함께 양형에 관하여 토의하고 의견을 개진하도록 되어 있다. 한편 재판장은 양형에 관한 토의 전에 처벌의 범위와 양형의 조건 등을 설명하여야 한다. 처벌의 범위는 법정형을 비롯하여 누범가중, 법률상 감경, 작량감경 등 처단형에 이르기까지의 경우의 수와 내용을, 양형의 조건은 형법 제51조가 같은 제목 하에 규정하고 있는 범인의 연령, 성행, 지능과 환경, 피해자에 대한 관계,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 범행후의 정황 등을 해당 사건과 관련하여 설명하는 것이 보통이다.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되는 사건은 그리 복잡한 쟁점이 있지는 않더라도 피고인이 공소사실을 다투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통상 심리가 끝나고 평의에 들어간 배심원들은 먼저 피고인의 유무죄에 관한 평결을 하여야 하고, 유죄 평결이 된 때에 비로소 양형 토의에 나아가게 된다. 즉 유무죄 평결과 양형 결정은 두 단계로 엄격히 구분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배심원들은 이를 종종 혼동한다. 술에 취하여 남의 집 대문을 발로 차 부순 피고인이 재물손괴죄로 기소된 사안이 있다고 할 때, "피고인이 그런 행위를 한 사실은 인정되어 유죄이지만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사과하고 수리비를 변상하여 합의한 점, 초범인 점 등 사정을 참작하면 피고인을 크게 처벌할 가치는 없으니 결국 무죄"라는 식이다. "증거가 명백하여 범죄사실이 인정되지만 사실상 피해가 없고 피고인이 반성하니 꼭 처벌을 해야 되느냐"라고 하거나,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하므로 공소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없이 증명되지는 않았지만 가정폭력 사건으로 기소된 피고인이 재범할 우려가 많으니 뭔가 징역형 비슷한 조치를 취해야 되는 것 아니냐"는 주장 또한 일맥 상통하는 예이다. 필요적 병과형 규정이 없는 사건임에도 "징역형의 집행을 유예하는 대신 반드시 벌금형도 같이 선고해야 한다"고 강력히 피력하던 어느 배심원, 짧지 않은 기간 실형을 선고함에도 "피고인의 전과 등을 볼 때 출소 다음이 너무나 불안하니 무조건 보호관찰을 부가해야 한다"고 끝까지 우기던 어느 배심원의 이야기도 문득 떠오른다. 현행 법률상 불가능하다고 만류하였지만 형사정책적 관점에서는 시사하는 바가 있다. 

 

양형은 형사재판의 처음이자 끝

섣부른 감각으로 결정할 수 없어

세세한 양형인자까지 꼼꼼이 분석

정교한 논리와 성숙한 감각 필요

 

양형에 관한 현행 재판실무에서는 역시 양형기준이 으뜸 공신이다. 2007년 4월 27일 법원조직법에 근거를 두고 출범한 제1기 양형위원회가 의결한 살인죄, 뇌물죄 등 7개 범죄군의 양형기준이 2009년 7월 1일 처음 시행되었다. 이후 양형위원회의 활동으로 현재 총 38개 범죄군의 양형기준이 설정되어 있다. 양형기준은 법적 구속력이 없는 권고적 기준이지만 실제로 양형 결정에 있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배심원들의 양형토의에도 양형기준이 활용된다. 아무래도 처벌 가능한 범위가 전혀 제시되지 않고는 당해 사안의 양형을 위한 토의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양형기준에 따른 범위가 설정되더라도 도대체 이 사건 피고인에게 어느 정도의 처벌을 하여야 옳은지는 그야말로 ‘대략난감’이다. 배심원들도 의견이 분분하거나 갈팡질팡하기도 한다. 그러나 양형기준도 국민의 건전한 상식을 반영하고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공정하고 객관적인 양형을 실현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것을 상기할 때 국민참여재판을 통해 접할 수 있는 일반 국민들의 양형에 관한 의견은 그 자체로 소중하다. 대법원도 홈페이지를 통해 국민 양형체험 프로그램 ‘당신이 판사입니다’를 운영하는 등으로 다각도로 국민의 의견을 듣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양형은 형사재판의 처음이자 끝이다. 그러므로 양형을 섣부른 감각으로 결정할 것은 아니다. 하지만 세세한 양형인자까지 꼼꼼하게 분석하기 위해서는 오감을 동원해도 부족한 것이 아닐까. 개별 사건에서 숨바꼭질 하고 있을지도 모를 수줍은 양형인자들을 오감을 통해 진심으로 마주하여 결코 놓치는 일은 없어야겠다. 대강 추측해 맞춘 철부지 감각이 아닌 정교한 논리를 가진 성숙한 '양·형·감·각'을 기대해본다. 

 


김정민 부장판사 (수원지법)

 

☞ one point 법령 해석
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에 관한 법률
제46조(재판장의 설명·평의·평결·토의 등)
④ 평결이 유죄인 경우 배심원은 심리에 관여한 판사와 함께 양형에 관하여 토의하고 그에 관한 의견을 개진한다. 재판장은 양형에 관한 토의 전에 처벌의 범위와 양형의 조건 등을 설명하여야 한다. ⑤ 유·무죄 평결과 양형 의견은 법원을 기속하지 아니한다.
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에 관한 규칙
제39조(평의 등의 기일 지정과 비공개) ④ 평의·평결 및 양형에 관한 토의는 공개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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