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목요일언

속단 금물

157165.jpg

그림에 조예는 없지만, 허영에 관심은 있는 터라 아내가 몇 년 전에 사놓은 ‘천년의 그림여행’(스테파노추피 著) 이라는 책을 종종 꺼내봅니다. 서양화가 300명이 그린 800점 정도가 실려 있는데, 제 취향과 관점에 따라 그림에 대한 평가도 달라집니다.

 

그림은 상상력의 산물이라고 생각했던 때에 마주했던 히에로니무스 보스의 ‘세속적 쾌락의 정원’(1503년경), 르네 마그리트의 ‘골콘드’(1953년)는 시쳇말로 ‘띵작’이었습니다. 설명조차 힘든 매혹적인 도상으로 가득한 보스의 작품은 ‘천지창조’의 가장 기괴한 버전으로 보였고, 회색 중절모와 코트를 입은 수많은 사람이 비처럼 떨어지는 마그리트의 작품은 현실을 벗어난 시각적 충격을 주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은은함과 따뜻함에 마음이 더 끌립니다. 별 평점 5개였던 보스나 마그리트의 영광(?)은 라파엘로의 ‘의자에 앉은 성모 마리아’(1513년), 클로드 모네의 ‘인상 : 일출’(1873년)이 차지하였습니다. 아무 걱정말라며 그림 밖의 저를 따뜻하게 바라보는 성모자, 새벽 안개 낀 바다 위에 내려앉은 주황색 햇살은 평온과 여유 자체입니다.

 

음악도 마찬가지입니다. 고등학교 때 교실 뒷자리 책상에 다리를 올린 채 교복 안에 해골 문양 티셔츠를 입고 워크맨으로 메탈을 듣는 친구들을 이해하기 쉽지 않았습니다. ‘왜 저렇게 시끄러운걸….’

 

그런데, 대학에 들어가 고시원 책상에서 개봉했던 메탈리카의 ‘Master of Puppets’ 앨범(1986년)의 웅장한 공격적 음향은 너무나 매력적이었습니다. 마를린맨슨의 ‘The Last Tour On Earth’앨범(1999년), 레이지 어게인스트 더 머신의 동명 앨범(1992년) 등 일일이 열거하기도 어려운 메탈 넘버들이 별 평점 5개를 차지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존 레논의 ‘Imagine’(1971년)이나 에디트 피아프의‘Non, Je ne regrette rien’(1960년)에서 위로받고, 방탄소년단이나 블랙핑크 노래도 흥얼거리니 참으로 모를 일입니다.

 

미술과 음악 외에도 사람별로, 또는 동일한 사람이라도 시간에 따라 취향과 관점이 변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나와 다른 취향과 관점의 틀을 갖는다 해서 경계하지 말고 좀 더 유연해졌으면 합니다.

 

 

권상대 부장검사 (법무부 공안기획과장)

관련 법조인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