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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臺에서

중국의 파산법 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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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0월 16일. 중국 심천시 중급인민법원(우리나라의 지방법원으로 보면 된다) 초청으로 심천에서 개최된 국제도산세미나에 다녀왔다. 중국 칭화대학에서 1년 유학을 하던 시절 대부분의 중국은 가보았지만, 심천은 공교롭게도 한 번도 간 적이 없다. 오랜만에 중국행이라 기대도 되고 설렘도 있었다. 이전에 갈 때보다 비자며 입국절차 등이 많이 까다로워졌음을 느꼈다. 물어보니 사드사태 이후에 절차가 번거롭게 되었다고 한다.

 

중국이 이번 국제도산세미나를 개최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개인도산제도를 도입하는 것이고, 둘은 홍콩 등과의 관계에서 국제도산사건이 증가함에 따라 그에 대한 제도를 갖추기 위함이었다. 중국은 법인도산제도만 있을 뿐 개인도산제도는 없다. 현재 중국은 경제 불황으로 소비를 진작시키기 위해 신용카드를 무분별하게 발행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1998년 IMF사태 이후 상황과 비슷하다. 그로 인해 개인도산제도가 필요하게 되었고, 중국 정부는 올해 7월 제도 도입을 결정하였으며, 그 실무적인 절차를 심천시 중급인민법원에서 맡은 것이었다.

 

세미나에는 중국 공산당 고위 간부뿐만 아니라 최고인민법원(우리나라 대법원에 해당한다) 부원장, 전국의 파산사건 담당 법관, 파산법 교수, 파산법 학회 회장, 변호사 등 수백 명이 참석했다. 외국에서는 한국, 싱가포르, 홍콩 등의 법관과 미국에서 파산법을 연구하고 있는 연구원 등이 왔다. 오전에 개회식을 마치고 첫 번째 발표자로 나섰다. 중국 요청에 따라 우리나라의 개인도산제도를 15분에 걸쳐 소개하였다. 오후에는 개인도산제도에 관한 중국 법관들과 교수들의 발표를 듣고 강평과 토론의 시간을 가졌다. 개인도산제도를 발표한 나에게 한국에서의 도입 과정과 실무 운영에 대하여 많은 질문을 하였다.

 

중국은 아직 개인도산관련 입법은 없지만 이미 개인도산사건을 처리하고 있다. 금년 중으로 개인도산 관련 규범성 문건은 완성될 것으로 보인다. 면책의 정당성에 대한 고민은 우리나라와 마찬가지인 것으로 보였다. 면책의 정당성에 관한 연구가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보아 면책을 전제로 한 개인도산제도의 도입은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 도산사건을 전담하는 파산법정이 이미 설치되었고, 장차 독립된 파산법원으로 갈 것이라고 한다. 중국에서 파산법 굴기가 시작된 것 같다.

 

 

전대규 부장판사 (서울회생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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