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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포럼

로스쿨생들은 왜 재수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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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쿨생 리트(LEET) 응시 현황’을 보고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전체 로스쿨 입학생 대비 32.3%가 다른 로스쿨 진학을 위해 재수를 한다는 것이다. 서울대 로스쿨생은 당연히 1명도 없고, 많은 로스쿨에서 재학생의 리트 응시를 못하도록 시험일에 평가시험을 치는 등으로 최대한 노력을 해도 전체 3분의 1가량이 리트 시험을 친다는 사실은 실로 엄청난 상황이다. 어느 로스쿨은 1학년의 거의 80%가 재수를 하고, 소위 SKY에 속하는 한 로스쿨조차도 50%가 된다고 한다. 그리고 이와 같은 응시비율은 해마다 높아지고 있다.

 

로스쿨생들은 왜 이렇게 재수를 많이 하려고 하는가. 첫째로 우리나라에 널리 퍼져 있는 학벌이란 간판이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로스쿨생들은 로스쿨에서 법조인이 되기 위한 법학공부보다는 변호사시험 응시자격을 얻기 위해 로스쿨을 가는 것이기에 이왕이면 최고로 좋은 등급의 자격을 얻으려고 로스쿨을 갈아타고 싶어 한다. 간판이 최고라는 사회의 뿌리 깊은 인식과 실제로 당하는 뼈저린 체험을 통해 자연스레 로스쿨생들도 휩쓸려 가고 있는 것이다. 애초에 로스쿨마다 내세운 특성화교육은 쓰레기통에 버려진 지 오래다. 둘째로 서울대 로스쿨에서 학생들의 지나친 학점경쟁을 완화한다는 명분으로 기본과목에 대해 패스제도로 바꾸고, 장학금 산정에 있어서도 성적보다는 경제형편을 고려하여 대부분 지급하다보니 개별 로스쿨에서의 성적이 별로 의미가 없어지고 있는 풍토도 적지 않는 영향을 미친다고 본다. 과연 서울대의 극도의 이기심을 누가 이겨낼까. 아무리 로스쿨에서 성적이 좋은 우수한 학생도 더 상위의 로스쿨 학생보다 못하다는 인식이 팽배해지면서 역시 간판이 최고라는 분위기가 압도한다. 대형로펌 등의 인사정책 등도 무시할 수가 없을 것이다. 셋째로 리트시험이 말 그대로 법학적성시험으로서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사실상 객관식으로 평가되고 있으며, 시험성적이 오락가락할 뿐만 아니라 시험공부의 부담이 별로 없기에 로스쿨생들은 수십만원의 응시료에도 ‘밑져야 본전’식으로 부담없이 응시하고 있는 것 같다. 로스쿨생들이 점점 어려지는 것도 한 원인이 될 것이다.

 

교수로서 지금 수업을 듣고 있는 학생들의 절반 정도가 다른 로스쿨을 꿈꾸며 재수를 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 정말 끔찍하지만 그 무엇보다도 로스쿨 교육에 대한 실망감으로 재수를 하는 학생들을 붙잡을 방법이 없어 더 답답하다. 정부는 물론이고 로스쿨협의회 등 그 어떤 곳에서도 이에 대한 심각성을 고민하지 않고 있으며 아무런 대책도 없는 것 같다. 

 

로스쿨 교육은 이미 거의 껍데기만 남은 상태인데도 계속된 취업한파로 인해 전국의 매우 우수한 학생들이 로스쿨 진학을 하고 있고, 또 로스쿨생들은 더 나은 로스쿨을 위해 재수를 하고 있다. 그리고 로스쿨에서 교수의 강의와 저서보다는 이전의 사법시험과 비슷한 방식으로 공부를 하고 법조인이 만들어지는 참으로 희한한 구조가 되고 말았다.

 

 

이창현 교수 (한국외대 로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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