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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부패부와 공수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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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수처 논쟁이 뜨겁다. 추진하는 편이나 반대하는 편이나 생사를 걸 만큼 주장해야 하는 이유가 있는 것인가? 정치적으로 중요한 것인가? 국가 장래를 위해 그 어느 편이 절대로 맞는 주장일까? 국민들은 사실상 혼돈스러운 상태에 있다.

 

이 논쟁은 필자가 김영삼 정부의 대통령자문정책기획위원으로 홍콩과 싱가포르를 방문한 기억을 떠오르게 한다. 국가경영을 하는데 있어 진보사회주의는 무능하고 보수자본주의는 부패하였다는 발견은 이제는 상식적인 것이지만 그때는 우리가 지향할 정치·경제 원리가 자본주의라는 것을 사람들이 믿기 시작한 때였다. 나는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치부인 부패방지가 가슴 속에 박혀 있는 장기적인 우리 사회의 숙제이며 병폐라고 보고 있었고 같이 일하며 생각하고 있던 자문위원들의 생각도 같았을 것이었다. 자본주의로 그리고 수출로 내뻗은 한국경제는 고질적인 부패로 인하여 어느 때인가 크게 홍역을 치룰 것이다. 경제가 발달할수록 더 그럴 것이다. 그런 생각이었다. 오랜 황하(黃河) 문화권에서 정부나 백성들이 부패에 젖어 있지 않은 시기와 나라가 있었는가. 동양에서는 어느 곳도 깨끗한 정부를 기대하는 것은 불가능하게 보이기도 한 시절이었다.

 

물론 일본을 쳐다보고 연구하였다. 그러나 미국의 핵우산 속에 안주하고 있는 일본의 정치·경제는 사실상 부패에 무방비 상태라는 얘기도 들렸다. 공무원은 청렴하다. 그러나 '정치인들은 하는 일이 패거리끼리 정치자금을 나누는 일만 하는 곳이 일본이다'는 말이 돌고 있었다. 동양에서 제일 선진국이라는 일본도 그런 평판에서 자유롭지 못했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중국은 공산국가가 되어 있으면서 부패하기 이를 데 없다는 것은 널리 알려져 있었다.

 

그렇다면 동양에는 성공한 나라가 없을까? 그 의문에 대한 해답이 홍콩과 싱가포르였다. 홍콩의 염정공서(廉政公署·ICAC) 그리고 싱가포르의 부패행위조사국(貪汚調査局·CPIB)을 방문하고 양 기관의 임원을 초대해 식사를 하면서 실상을 물어보고 소개 책자를 받아 보았다. 제일 먼저 생긴 것은 1952년 리콴유 총리 시절에 생긴 싱가포르의 부패행위조사국이다. 그리고 놀라운 결과도 들었다. 역사상 처음 깨끗한 정부를 이룩할 수 있었다는 자부심이었다.

 

검찰의 반부패수사부가

고위공직자 부패만 수사하면

그것이 바로 '공수처'

 

지금도 동양에서 부패척결에 성공한 지역은 아직도 이 두 곳뿐이다. 이것이 공수처의 모형이라고 듣고 있다. 두 곳 다 고위공직자 부패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지 사법부만 상대 하는 것이 아니었다. 특히 인상이 깊었던 것은 현대사회에서 민간 기업에 대한 부패를 주시하지 않으면 사회악을 척결하는 의지가 매우 약화된다는 것이었다. 민간 부패도 척결의 대상으로 하고 있었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제일 큰 복병이 부패이다. 해법은 대통령을 비롯한 모든 고위공직자를 대상으로 공수처를 조직하는 것이다. 필자가 아는 한 홍콩과 싱가포르만이 동양에서 시장경제를 유지하고 깨끗한 정부를 경험한 지역이다. 시장경제의 아킬레스건을 끊어버릴 좋은 장치라는 것이 분명하다. 두 지역은 국가라기보다 소도시 국가라는 것이 걸리는 대목이다. 그러나 인구나 영토를 보면 한국도 시장경제로 성공한 소도시 국가다. 성공한 나라끼리 경험을 공유하지 아니할 이유가 없다. 헌법상 사법부 독립을 인정하는 정도의 독립성을 부여하기만 하면 될 것이다.

 

중요한 오해를 벗어날 부분이 있다. 공수처가 마치 고위공직자의 모든 범죄를 별도로 수사하는 제3의 수사기관인 것처럼 생각하는 것이 오해의 근원이다. 홍콩의‘염정공서’나 싱가포르의‘부패행위조사국’은 분명히 공직자의 '부패행위'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기관이다. 고위공직자의 모든 범죄를 대상으로 하고 있는 곳이 아니다. 그러한 새로운 기관을 창조하는 것이 아니다. 그럴 이유가 없다. 동양 특유의 공직자 부패행위를 제한적으로 집중 감시하자는 것이다. 고위공직자의 모든 범죄와 일반 국민의 모든 범죄를 두개의 기관으로 나누어 처리하는 것은 필요한 것도 아니고 가능한 것도 아니다. 우리가 진저리를 치는 것은 고위공직자의 '부패행위'다. 이것을 잘못 짚어버리는 바람에 공수처에 대한 오해와 불신이 발생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시장경제의 아킬레스건인 부패를 겨냥하는 것이 핵심인 것을 빗나가서는 아무것도 안 된다. 더구나 국회의원이나 고위공직자는 빠지고 판사·검사만 감시한다니 말이 되는가. 가장 부패한 집단으로 지탄을 받고 있는 정치인들이 공무원 중에서 가장 적게 부패한 사람들을 상대로 특별히 감시해야 된다고 말하는 것은 꼭 범죄수사부를 장악하려는 음모같이 보인다. 선거에 승리한 정당이 정의의 화신인 것 같은 망상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검찰이 먼저 특수부를 반부패수사부로 개칭한 것은 잘한 일이다. 미국은 특별검사제도가 있다. 닉슨 대통령을 권좌에서 물러나게 한 특별한 제도였다. 일반 권력남용 문제에 당면하여 우리도 특별검사제도를 쓰고 있다. 고위 공직자에 대한 특수수사는 그것으로 충분하다. 부패문제만 꼭 집어서 수사와 공소를 담당하는 기관을 새로 신설한다는 것은 우리가 부패문제를 얼마나 심각하게 생각하는가를 만천하에 알리는 것으로 불쾌한 일이지만 실은 동양의 부패는 특히 관료의 부패는 어느 면으로 보나 심각한 것임이 틀림이 없다. 모든 공직자를 대상으로 부패행위만을 담당하는 공수처를 만든다면 찬성할 수도 있는 일이다. 동양에서 성공한 사례를 답습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거니와 검찰에서 특수부를 반부패수사부로 개칭한 것은 잘한 일이다. 반부패수사부가 명실공이 고위공직자의 부패행위만을 수사하는 기구로 자리매김한다면 그것이 바로 공수처일 것이다.

 

 

민병국 변호사 (법무법인 센트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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