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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회상(回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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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에 근무한 지도 어느덧 11년이 훌쩍 넘고 보니 법원 바깥의 인간관계는 점점 줄어들고 가끔 참석하는 모임이라고 해봐야 같은 법원에서 근무한 인연으로 가까워진 동료 판사들과의 모임이 대부분이다. 각자 반복되는 재판일정에 쫓기다시피 바쁘게 살아가느라 일 년에 한두 번 모이기도 쉽지 않고, 각자의 일정에 맞춰 몇 차례의 조율을 거치고 나서야 겨우 잡은 모임마저도 쫓기듯 서둘러 마쳐야 하는 경우가 많지만, 같은 판사로서 비슷한 애환을 가지고 있기에 동료들과의 모임은 언제나 큰 위안이 된다.

 

얼마 전 옛 동료들과 오랜 만에 만난 자리에서 지난해 과로로 쓰러져 하늘나라로 간 어느 판사의 이야기가 나왔다. 같은 법원에서 2년간 바로 옆 사무실에서 근무하였고, 이어 법원을 옮기면서도 같은 법원에서 1년간 함께 근무하였으니 나와는 꽤 인연이 있는 선배였다. 그 선배는 누구보다 치열하게 일하면서도 웃음과 유머를 잃지 않고 늘 주변을 세심하게 챙기던 참으로 훌륭한 판사이자 동료였다. 1년이 지났지만, 선배 생전에 거의 매일 밤 동료들이 모두 퇴근한 후에도 홀로 늦게까지 사무실에 남아 사건 기록과 씨름하던 모습, 주말에도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사무실에 나와 일하던 모습, 선배의 시아버지의 장례식에서 만났을 때에도 법원에 남겨놓고 온 일을 먼저 걱정하던 모습이 떠올라 다시금 가슴이 먹먹해 왔다.

 

아마 대부분의 판사들 모습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적어도 내가 법원에 근무하며 가까이에서 본 동료들이 모습은 대부분 이와 같았다. 특별한 보상이 없어도, 누가 알아주지 않더라도 이들은 판사로서의 소임을 다하기 위해 개인의 많은 부분을 희생해 가며 그저 묵묵히 각자 맡은 역할을 해 나가고 있다. 법원과 판사 전체를 향한 사회의 불신과 비난을 마주할 때면 잠시 허탈한 기분이 들기도 하지만 무거운 어깨를 늘어뜨린 채 아무렇지도 않은 듯 또 그렇게 묵묵히 나아갈 것이다.

 

지난 모임도 역시 그동안 쌓인 이야기를 미처 끝내기도 전에 아쉬운 작별을 하고 말았다. 늦은 시간임에도 몇몇은 미처 다 끝내지 못한 일을 마무리하기 위해 법원으로 다시 들어간다고 했다. 그날따라 법원을 향해 인파 속으로 걸어가는 동료들의 뒷모습이 더욱 쓸쓸해 보였다.

 

 

김규동 판사 (법원도서관 조사심의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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