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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재판 독립은 법원 스스로 지켜야 한다

대법원은 조국 전 법무부장관 일가의 구속영장 심사를 맡은 서울중앙지방법원 영장전담 판사들에 대한 네티즌들의 신상털이와 인신공격에 관해 "재판의 독립을 저해할 위험이 있는 행위로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을 최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전달했다. 서면 형식이기는 하지만, 조 전 장관 일가 수사가 시작된 이후 대법원이 영장전담 판사들에 대한 과도한 비난에 공식 입장을 밝힌 것은 처음이다. 대법원은 영장전담판사에 대한 국정감사 증인출석 요구에 대해서도 "재판의 독립을 저해할 위험이 있는 행위로서 적절하지 않다"고 답변했다. 더불어민주당 산하 민주연구원이 지난 8일 조국 전 장관 일가에 대한 수사를 언급하며 사법개혁의 필요성을 밝힌 것에 대해서도 같은 답변으로 갈음했다.

 

조 전 장관 일가에 대한 수사 관련해 극한 대립이 있는 가운데, 영장재판을 맡았던 판사들에 대한 평가 역시 진영에 따라 180도 다른 것이 현실이다. 조 전 장관 동생의 구속영장을 기각한 명재권 부장판사와 정경심 교수의 구속영장을 발부한 송경호 부장판사에 대해 한 쪽에서는 환호를, 다른 한 쪽에서는 극렬히 비난하고 있다. 인터넷에는 이들 판사 얼굴에 영정(影幀)을 합성한 사진이 떠돌고 있고, 판레기(판사와 쓰레기의 합성어), 부고, 효수, 화형 등 인격모독적이고 증오심으로 가득찬 표현들이 따른다. 영장전담판사들은 인터넷 실시간 검색순위 1위에 오르기도 한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에서 영장전담 판사들이나 재판부에 쏟아지는 과도한 신상털이와 인신공격은 매년 점점 더 심해지고 있다. 지난 1월 김경수 경남지사에게 1심에서 실형을 선고한 성창호 부장판사는 재판 뒤 경찰에 신변보호를 요청하기도 했다. 현재 김 지사의 항소심을 진행하고 있는 재판부 역시 재판결과에 따라 어느 한쪽의 과도한 비난에서 자유롭기 어려운 상황이다.

 

문제는 이런 과도한 신상공개와 인신공격이 판사들을 위축시켜 재판의 독립성을 침해할 우려가 크다는 점이다. 또한 영장이나 재판 결과에 대한 과도한 비난에 대해 법원 차원에서 나서기보다는 판사 개인이 감당할 문제로 인식되다 보니 해당 판사는 어디에 하소연 하지도 못한 채 고스란히 네티즌들의 공격에 무방비로 공개되고 감수해야 하는 정신적 부담 역시 매우 크다. 정치권까지 나서 판사를 일방적으로 비난하고, 사법개혁까지 운운하는 것은 재판의 독립 뿐만 아니라 권력분립을 침해하는 행위로 그 심각성이 크다.

 

대법원이 이번에 이런 의견을 밝힌 것은 바람직하기는 하나 여기에서 그칠 것이 아니라, 과도한 인신공격과 신상털이로부터 재판의 독립을 지킬 수 있는 구체적인 제도개선이 뒤따라야 한다. 이를 판사 개인이 감당할 문제로 보고 뒷짐을 지고 있어서는 아무런 개선이 있을 수 없다. 이번에도 영장심사 전에 담당 판사의 실명이 언론에 보도됨으로써 심사 전에 이미 언론의 과도한 주목을 받고 신상털이가 시작되었는데, 영장심사 전에는 담당판사가 누구인지를 비공개로 하는 방안을 우선 생각해 볼 수 있다. 네티즌이나 일부 지지자들의 과도한 인신공격이나 정치권의 재판 개입행위에 대해, 해당 판사가 속한 법원이 나서 공식적으로 의견을 표명하거나 단호한 대응을 하는 것도 필요하다. 재판의 독립은 누가 지켜주는 것이 아니라 법원 스스로 지켜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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