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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취재수첩] 법률번역은 경쟁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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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5년차인데… 영어로 된 법률문서 번역, 외국인 클라이언트와의 통역 말고는 아직 번듯한 역할을 맡아본 적이 없어요."

 

"외국에서 대학을 나왔다는 이유로 저랑 관련 없는 사건의 번역 검토까지 떠맡는 바람에 스트레스가 큽니다."

 

법률번역 시장을 취재하기 위해 만난 국내 로펌의 외국변호사들이 한 말이다. 적지 않은 외국변호사들이 '번역'에 집중된 자신의 업무에 불만을 갖고 있었다. 번역을 홀대하는 건 고객들도 마찬가지다. 한 대형로펌 변호사는 "중요한 약관을 직접 번역해서 타임시트에 적었더니, 클라이언트로부터 '고작 번역이나 하라고 비싼 수임료 내는 게 아니다'라는 핀잔만 들었다"고 했다. 

 

하지만 법률번역은 '잡일'이 아니다. 외국어와 법학은 물론 실무에 모두 능통해야 해낼 수 있는 고난도 사무다. 단어의 사소한 뉘앙스 차이로 소송의 성패가 갈릴 수도 있다. 그래서 어떤 법률사무보다 정치(精緻)하게 접근해야 한다. 오직 숙련된 법률가만 다룰 수 있는 영역이다. 

 

'성공변호사 45가지 팁'으로 유명한 김재헌(54·사법연수원 23기) 변호사는 "(법률)번역은 반드시 변호사가 해야 한다"며 "따분한 일이라고 생각한다면 큰 우(愚)를 범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무역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에서 역외 진출 기업 자문, 해외송무, 국제중재 등의 업무가 핵심 부문으로 자리잡는 것은 시간 문제다. 지난주 한국을 찾은 스티븐 림(Steven Lim) 싱가포르 변호사는 "한국의 대형로펌들이 아웃바운드(Out bound) 분야에서 발전을 거듭할 수 있었던 건 외국변호사들을 의욕적으로 영입했기 때문"이라며 "이들 없이는 해외 로펌과의 공동대리·자문(co-counsel)이 제한됐을 것이고, 성장도 더뎠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중재인이다.

 

법률번역을 비롯한 커뮤니케이션 역량은 외국변호사가 가진 경쟁력의 원천이다. 이러한 능력은 외국변호사들이 로펌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하기 위한 발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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