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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가 아름다운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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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심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입사 후 처음 맡은 사건에서 느꼈던 설렘과 긴장, 그리고 불안감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초심은 연인이나 부부관계에서도 중요한데, 우리는 매일 아내(애인)를 위해 사랑이 담긴 편지와 함께 아침밥을 해 주겠다는 약속을 해 놓고도 이렇게 늦잠이나 자고 있다.

 

선배들은 초심을 잃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고, 후배들은 변하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그런데, 조금 식상하다. 십 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사람 마음이라고 해서 어찌 한결 같겠는가.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에 나왔던, 70년이 넘도록 인연을 이어온 노부부에게 ‘첫사랑의 불 같음’이 사라졌다고 비난할 수 있겠는가.

 

그리하여 우리에게는 초심보다 “이 순간이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 마음가짐이 더 중요하다. 스티브 잡스는 매일 아침 거울을 보며 스스로에게 “오늘이 생의 마지막 날이라면 오늘 하려던 일을 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했다고 하고, '톰소여의 모험'으로 유명한 마크 트웨인은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사랑하고,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살라고 했다.

 

언젠가 파리가 아름다운 이유는 그곳에 3일만 머물기 때문이라는 글을 본 적이 있다. 우리는 20시간 동안 비행기를 타고, 어쩌면 이번 생애 마지막 방문이 될지도 모르는 그 도시의 정수를 빨아들이기 위해 새벽부터 에펠탑에 오르고, 오르세 미술관에 가기 전 난생 처음으로 인상주의를 공부하기도 한다.

 

변호사로서 일을 하다 보면 힘든 때도 있다(엄밀하게는 힘들지 않은 때도 있다고 해야 한다). 당장 ‘내일’까지 서면을 작성해 달라는 요청을 받으면 ‘내주’를 잘못 말씀하신 게 아닌지 물어보기도 하고, 조사 참여로 부산에 다녀왔더니 광주로 접견을 가 달라는 말을 들을 때는 나에게 역마살이 낀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기도 하다.

 

가끔 아무 이유 없이 무기력해지거나 지루함 또는 실망감, 분노 등 다양한 감정이 온몸을 휘감는 순간이 있다. 혹자는 이를 슬럼프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럴 때에는 예전에 가졌던 초심으로 돌아가 보는 것도 좋겠지만, 가끔은 지금 내가 쓰고 있는 이 서면, 진행 중인 재판이 어쩌면 마지막 사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며 마음을 다 잡아 본다.

 

 

이종수 변호사 (법무법인 세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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