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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학금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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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문대 학생들이 점점 부유층 출신으로만 채워진다는 비판이 많다. “소득분위 8분위 이상 부유층이 명문대 학생의 절반이 넘는다”는 식의 보도도 흔하다. 소득분위는 가구소득에 따라 가장 낮은 1분위부터 가장 높은 10분위까지 나뉘므로, 8분위는 상위 20~30%에 속한다. 

 

그럼 이런 가정은 몇 분위 쯤 될까? 아버지는 경비원, 어머니는 미화원, 누나는 어린이집 교사로 일하며 세전 월 200만원씩 번다. 두 동생은 대학생이다. 이 가정의 전 재산은 예금 5천만원과 시가 3억원인 20평 연립주택이고 자동차는 없다. 다섯 식구 생계에 지장은 없어도 두 동생의 학비를 대기엔 빠듯할 것이다. 모두 비정규직이므로 실직이나 질병에 대한 대비도 취약하고 은행 대출도 어렵다. 결국 두 동생은 열심히 아르바이트를 해야 등록금과 용돈을 벌 수 있을 것이다.

 

한국장학재단 소득분위에 따르면 이 가족은 당당한 9분위, 즉 상위 10~20%에 속한다! 월소득 600만원에 산식에 따른 재산환산소득을 합하면 월 1000만원을 넘는다. 언론이 입을 모아 비난하는 부유층에 금수저이고, 이들에게 경제적 형편에 따른 장학금을 지급하면 감사에 걸린다. 

 

9분위보단 낮을 것 같은가? 비밀은 소득분위가 1인당 소득이 아니라 가구소득을 기준으로 한다는 데에 있다. 1인가구가 500만원을 벌든 5인가구가 500만원을 벌든 소득분위는 똑같다. 게다가 최근 1인가구가 급증하면서 대학생 자녀가 있는 다인 가구는 자연스럽게 소득분위가 점차 상위권으로 밀려 올라간다. 그러니까 명문대에 부유층만 바글거린다는 식의 언론보도가 우리에게 심어주는 이미지는 현실과는 다른 것이다. 

 

딱 저런 가정에 해당하는 학생이 있었다. 그럭저럭 살고는 있었는데 아버지의 사고와 실직으로 소득은 줄고 지출은 늘었으나, 소득분위는 전년도 소득을 기준으로 하니 장학금을 받지 못했다. 나를 찾아와 어려움을 털어놓기에 학교 측과 상의하여 외부장학금을 연계해 주었더니 고맙다는 편지를 보내 왔다. “제 얘기에 귀를 기울여주시고 방법을 함께 찾아보자고 말씀하셔서 든든하고 감사했습니다. 저도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는 법률가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통계상 9분위 ‘부유층’ 학생이지만 그를 도운 건 잘했다고 생각한다.

 

 

천경훈 교수 (서울대 로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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