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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변호사가 된다(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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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무슨 일을 하는 데 달려 있는 게 아니라, 일어난 일에 어떻게 대처하는지에 달려 있다'는 이야기를 어디선가 본 것 같다.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위기가 종종 찾아온다. 자초한 위기도 있고 억울한 위기도 있지만, 이런 위기는 보통 예의 바르게 깜빡이를 켜고 들어오지 않는다. 예를 들어 수요일까지 써야 하는 중대하고 긴급한 서면이 있는데, 화요일에 역시 중대하고 긴급한 다른 의견서 업무가 배당되고, 그와 동시에 중대하고 긴급한 서면을 쓰기 위해 필요한 자료를 고객에게 미리 요청하지 않았다는 중대하고 긴급한 실수를 문득 깨닫게 되는 순간, 중대하고 긴급한 사건의 대책회의 소집을 알리는 선배의 메일이 날라오면서, 고개를 들어 창문 너머 푸르른 하늘을 보는데 어린이집에서 아이가 아프다는 전화가 걸려오는 그렇고 그런 상황이다. 이런 상황을 순간순간 수습하다 보면, 하루가 눈부신 속도로 지나간다.

 

위기를 해결하는 일은 어렵다. 용케 넘어가는 경우도 있지만, 웬만해서 버티기 어려운 위기도 있다. 지나고 보면 어떻게 하든 해결될 가능성이 크지만, 가끔은 지나고 나도 상처처럼 남아버리는 일들이 있다. 나를 죽이는 거 말고는 다 괜찮다는 니체도 좋고, 죽음의 위기를 넘길수록 강해지는 초사이어인도 멋있지만, 그래도 위기는 그만 찾아왔으면 좋겠다. 피할 수만 있으면 피하고 싶다. 강해지지 않아도 좋고, 발전하지 않아도 좋다. 몸과 마음의 평화를 지키고 싶은 게 솔직한 마음이다.

 

그런데 우리는 알고 있다. 원하는 대로 될 수 없다는 걸. 일을 하고, 관계를 맺고, 꾸역꾸역 살아가는 한 위기는 오게 되어 있으며, 평화롭고 단조로운 일상이 영원히 지속되지는 않는다는 걸. 결국 위기에 대처하는 자세의 문제만 남는다는 걸. 위기는 대충 넘기는 게 아니라, 위기를 견디고 난 다음 어떤 모습으로 남아야 할지를 고민하는 게 중요하다는 걸. 위기가 닥친 원인을 곰곰이 따져보고 바꿀 수 없는 것과 바꿀 수 있는 것을 명확하게 구분한 다음 후자에 집중해야 한다는 걸. 혼자서는 버티기 어려운 위기에 빠져 있는 나를 마냥 내버려두지 않을 사람들이 주변에 있다는 걸. 시간의 힘은 생각보다 세다는 걸.

 

소설가 김영하는 '여행의 이유'에서 길을 잃을 때 진정한 여행이 시작된다고 하였다. 미리 짠 동선대로 간 여행은 시간이 지난 뒤 기억에서 희미해지는 반면, 잘못 내린 기차역에서 겪은 일들은 오래 기억에 남는다. 집에 돌아오면 추억이 된다. 오늘도 어디선가 누군가에게 닥쳐올 위기도 그럴 것이다. 그렇게 변호사가 된다.

 

 

장품 변호사 (법무법인(유) 지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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