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法臺에서

판사의 무게

156550.jpg

아이가 잠들 때마다 이야기를 해달라고 졸라 어느날은 ‘솔로몬의 재판’ 이야기를 해주었다. 아기의 진짜 엄마를 가리는 명판결을 내린 솔로몬 왕이 지금의 판사와 비슷하다는, 자랑섞인 설명도 덧붙였다. 그리고 얼마 후 아이에게 읽어주는 성경동화에 솔로몬 왕이 등장하였다. 지혜로운 왕이었으나 나이가 들면서 방탕하고 사치스러운 생활을 하여 이스라엘 왕국이 분열하는 원인이 되었다고 한다. 책을 읽는 순간 ‘아니, 판사가 어떻게?’ 라는 배신감(?)이 들었다. 솔로몬이 직업법관이 아니라 재판관 역할을 한 이스라엘 왕국의 왕이었다는 역사적 사실을 기억한 것은 그로부터 몇 초 후였다. 솔로몬을 판사로 착각한 내 자신에 실소가 나왔지만, 한편 ‘판사’라는 이름의 무게를 다시 생각해보았다. 

 

사법권을 행사하는 법원의 공무원을 판사라고 한다. 공무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지켜야 할 윤리가 있음은 당연하다. 그러나 사회가, 우리 스스로가, 판사에게는 그 이상을 기대한다. 비윤리적인 행동이나 작은 과실도 당사자가 법관이라면 비난 강도는 높아진다. 판사는 공정하고 투명한 재판을 통해 공적 가치를 추구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지켜야 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판사에게 거는 기대와 책임감의 무게는 곧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재판권의 무게일 것이다.

 

신임 법관들이 임명되어 4개월간의 연수를 위해 사법연수원을 찾았다. 신임 법관들의 설레임 가득한 얼굴에서 13년 전 법복을 처음 입은 내가 보인다. 가슴 벅차게 걸친 법복의 무게는 해를 거듭할수록 무거워지고 있다. ‘판사’는 직업이라기보다는 이미 그 삶 자체이다. 누군가를 처벌하고 의무를 이행하라고 명할 권한이 내게 있는가. 나는 ‘판사’에 걸맞게 살아가고 있는가. 묻고 또 물어도 지나치지 않는다.

 

 

최다은 판사 (사법연수원)

관련 법조인

리걸에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