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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청년시대

금융혁신과 채권자의 권리

- 재산조회신청서식에 협회등 및 금융결제원 포함 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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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에는 복식부기가 없는 금융시스템은 상상하기 어렵다. 독일의 경제학자 베르너 좀바르트(Werner Sombart)는 “복식부기가 경영학과 경제학에서 가지는 중요성은 코페르니쿠스가 천문학에서 가지는 중요성에 견줄 수 있다”고 말했다. 복식부기가 정확히 어디서 탄생했는지에 대하여는 다양한 견해가 있지만 루카 파치올리(Luca Pacioli)가 1494년 베네치아에서 출간한 ‘산술, 기학학, 비례와 비례적인 것에 관한 총람’이 그 보급에 커다란 기여를 하였다는 것은 대체적으로 긍정을 한다. 루카 파치올리는 당시 학문적 언어인 라틴어가 아닌 속어로 글을 썼는데 ‘계산과 기록’장에서 회계기록은 정확히 이해할 수 있도록 기록되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당시 유행하던 '상인이 상업을 이해하지 못하면 그의 돈은 파리가 되어 날아간다'라는 속담을 인용하였다. 필자는 여기에 작게나마 “상인이 회계와 상업을 이해한다 할지라도 본인의 채권을 추심하여 회수하지 못하면 그의 돈은 파리가 되어 날아간다”고 첨언하고 싶다.


우리 민사집행법은 1990년 금전채권의 실효성 확보를 목적으로 독일의 개시보증제도를 도입(당시 민사소송법)하여 금전채무를 이행하지 않는 채무자에 대하여 재산탐색수단으로서 재산명시제도를 도입하였다. 그러나 재산명시의무를 채무자가 제대로 이행하지 아니할 경우 은닉재산을 찾아내는 데에 부족하다는 평가가 있었고 이에 따라 2002년 채무자의 자발적 협조 없이도 적극적으로 재산을 발견할 수 있도록 재산조회제도를 도입하였다. 현행 재산조회규칙 별표에 따르면 채권자는 법원행정처, 특허청, 한국교통안전공단, 금융기관 등을 통하여 부동산, 지적재산권, 자동차, 금융재산 등에 대한 조회가 가능하다. 그러나 부동산은 법원행정처, 자동차는 한국교통안전공단, 지적재산권은 특허청, 각 하나의 기관에 신청하고 조회비용 및 송달료 등을 납부하면 재산을 조회할 수 있어 조회가 비교적 용이하지만 금융재산을 제대로 조회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현재 금융재산 조회 시 1개 기관 당 조회비용 5000원, 송달료 9600원 등의 비용이 발생하는데,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18년 12월 기준 국내에서 3042개 금융기관이 영업중이다. 이 숫자에는 금융지주회사나 일정한 자격요건을 갖춘 고객(가령 전문투자자)에게만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도 있고 투자자문만을 제공하여 계좌개설이 불가능한 기관도 있으며 다수기관 조회 시에도 1개 기관의 조회비용만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절반인 1500개의 기관에 대한 조회를 가정해도 조회비용과 송달료만 2190만원이 발생한다. 비용 때문에 추심을 포기할 가능성이 높은 금액이다. 이를 이용하여 지역 농협·신협 등 서민금융업권에 계좌를 개설 후 정기적으로 계좌를 변경하여 추심을 피하려는 채무자도 있다.

과거에는 이와 같은 거액의 조회비용을 피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곤란하였다. 재산조회제도가 남용될 경우 각 채권자가 수천 개의 기관에 조회신청을 하고 다시 수천 개의 기관이 이에 대하여 회신을 해야 하므로 그 업무처리를 위한 사회적 비용이 과도하게 증가할 것을 우려하여 조회대상기관을 일정 범위내로 제한하고 채권자에게 일정한 조회비용을 부담시킬 충분한 이유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금융혁신 덕분에 커다란 사회적 비용의 지출 없이 이를 해결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어 있다. 금융위원회 및 금융결제원이 2016년 12월 8일 ‘계좌정보통합관리서비스’를 오픈한 이후 2019년 8월 부터는 은행권을 넘어 서민금융업권 및 우체국까지 하나의 플랫폼에서 조회가 가능해졌고, 생명보험협회 및 손해보험협회 홈페이지에서 모든 보험가입내역을 확인할 수 있도록 인프라가 구축되어 있다. 또한 민사집행규칙은 제정 당시부터 제36조 제3항에서 개별 금융기관뿐 아니라 해당 금융기관이 회원사, 가맹사 등으로 되어 있는 중앙회·연합회·협회 등(이하 '협회등')에 대하여도 재산조회를 신청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어, 일단 실무적·제도적인 주요 기반은 어느 정도 마련되어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협회등에 대하여 재산조회신청이 이루어지는 경우는 매우 드믈다. 먼저 협회등에 대하여 재산조회신청을 할 수 있다는 내용은 재산조회규칙 별표, 민사집행규칙 별표에 기재되어 있지 않아 일반국민으로서는 알기 어렵다. 또한 재산조회 신청서식도 은행·금융투자·보헙업권의 경우 서식에 기재된 약 130개 정도의 금융기관 중 신청대상기관을 선택하여 체크하는 방식으로 신청해야 하고, 그 외 업권의 경우 신청자가 기관명을 스스로 기재하도록 하고 있어 협회등에 대하여 신청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국민이 인지하기 어렵다(다만 상호저축은행중앙회 등 일부 서민금융업권의 경우 중앙회에 신청 시 각 단위기관에 대하여 조회가 가능하다는 사실이 기재되어 있다). 전자소송 역시 이와 거의 동일한 방식으로 화면이 구성되어 있어 노련한 법률가가 아니라면 놓치기 쉽다. 더구나 협회등에 신청 시 가장 중요한 것은 은행권 및 서민금융업권 등의 계좌정보(해당 업권 소속 금융기관 약 2400개사)를 보유하고 있는 금융결제원에 신청 가능 여부인데 이 또한 약간의 불명확성이 있다. 첫째, 신청서식에는 금융결제원이 기재되어 있지 않다. 둘째, 각 금융기관이 금융결제원의 결제망을 이용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금융결제원은 회원사, 가맹사의 가입을 통하여 운영되는 은행연합회, 금융투자협회 등과는 차이가 있어 민사집행규칙 제36조 제3항의 ‘금융기관이 회원사, 가맹사 등으로 되어 있는’에 해당하는지 의문이 있을 수 있다. 이러한 불투명성은 신청서식에 각 금융업권별 중앙회·연합회·협회와 금융결제원 등을 기재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다.

금융서비스 영역에서 발생한 금융혁신의 혜택이 법률영역으로 이어지도록 할 필요가 있다. 과거에는 남용우려와 사회적 비용이라는 한계가 있었지만 현재는 금융혁신을 통하여 이러한 한계극복이 충분히 가능한 상황이고, 제도적인 기반도 어느 정도 마련되어 있다. 법원의 판결을 통하여 권리를 인정받은 채권자가 금융혁신의 혜택을 조금 더 누릴 수 있도록 하여도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차상진 변호사 (법무법인 이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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