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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행정공무원의 변호사 접촉' 기준 상세히 마련해야

행정부와 사법부의 권한행사 모습은 본질적인 면에서 서로 다르다. 사법부는 이미 발생한 과거 사실에 대하여 관련자들의 잘잘못을 가리는 곳인 데 반해, 행정부는 미래의 일을 만들어 가는 곳이다. 즉 행정부는 장래에 향하여 이른바 형성기능을 담당한다. 따라서 사법부에서는 대립당사자 간의 분쟁해결에 있어서, 양쪽에 대한 공정한 대우가 무엇보다도 중요한 데 반해, 행정부의 절차에서는 민원인에 대한 뚜렷한 반대당사자가 없는 경우가 많고, 또한 인허가 및 규제 등을 통해 새로운 법률관계를 형성해 가는 경우가 많다. 그러므로 행정부 공무원에 대한 변호사의 접촉에 관하여 법원절차에서와 같은 수준의 엄격한 공정성을 요구하기는 어렵다.

 

그런데 주지하듯이 행정부 내에서도 공정거래위원회, 금융위원회는 종종 준사법 기능을 담당한다. 더 나아가서 조세심판원, 특허심판원 등은 비록 소속은 행정부이지만, 그 기능은 거의 사법적인 것이다. 물론 일반 행정공무원도 법규상의 기준에 맞게 행위해야 하고, 이해관계자 일방에 편파적이어서는 안 되지만, 행정부 중에서 준사법적 기능을 담당하는 곳은, 이해관계자 사이에서의 공평함에 특히 유의해야 한다. 미국에서 일찍이 로비스트 제도를 양성화한 데에는, 입법부 및 행정부에 대한 이해관계인의 접촉에 대해서도 각각의 횟수 및 접촉행위자를 파악함으로써 그 공정성을 확보하려는 의도가 있다.

 

최근 이태규 국회의원실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받은 외부인 접촉기록을 보면, 2019년 1~8월 사이에 행해진 공정위 직원과 대형로펌 간의 접촉횟수는 모두를 놀라게 할 정도이다. 8개월 동안 상위 5개 로펌의 공정위 담당자 접촉횟수는, 각각 212~802회에 달한다. 8개월 간 802회 접촉했다는 말은 근무일수로 나누어 보면 1일 평균 4.8회 접촉했다는 것이다. 이런 놀라운 접촉횟수가 드러난 까닭은, '외부인 접촉보고 규정'에 따라, 작년 1월부터 공정위 직원으로 하여금 변호사나 대기업 대관업무자와의 대면 및 통화를 반드시 감사담당관에게 보고하도록 정했기 때문이다. 물론 전체 횟수가 진행중인 사건에 관련한 접촉횟수인 것은 아니라고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올해 감사원 감사결과에 의하면, 공정위 직원 중 접촉사실을 제대로 보고하지 않은 직원도 많아서, 직원 52명에 대해 지난 8월에 경고·주의가 내려지기도 했다. 즉 미보고를 고려하면, 더 많은 접촉이 있었을 수도 있다. 

 

접촉보고 규정에 의해, 과거에 비밀로 묻혀 있던 접촉상황이 어느 정도 공개되고 변호사 내지 로펌직원과의 접촉횟수가 대략 파악된 것은 의미가 있지만, 이제는 한국사회가 그 다음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 즉 현황파악에서 그칠 것이 아니라, 어떤 사유로는 접촉을 허용하고 어떤 사유로는 불허하며, 어떤 기준으로 횟수를 통제할 것인지를 정하기 위한 상세한 규율이 논의되어야 한다. 요컨대, 공정거래위원회처럼 준사법적 기능을 수행하는 곳은, 그곳이 비록 법원이 아니더라도, 의사결정 과정을 투명하게 만들 뿐 아니라, 그렇게 투명함을 국민에게 보이도록 제도를 바꾸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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