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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여행기

[나의 여행기] 인하우스카운슬포럼(IHCF), 등산 여행기

금정산 다녀온 김문희 미국변호사와 IHCF 등산동호회
정상인 고담봉 아래 '금샘', 우뚝 선 바위에 천년의 물이 고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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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담봉 정상에서 열두명이 함께 사진을 찍었다. 하늘은 좀 더 가깝고 시야는 좀 더 넓다.

 

Inhouse Counsel Forum (IHCF) 의 등산 동호회가 1년만에 여섯번을 산에 올랐으니 이정도면 핫하다고 해도 될 것 같다. 왜 변호사들 사이에 등산이 핫할까? 


인생과도 같은 산길. 산에 갈때마다 인생와 비슷하다는 생각을 한다.설레며 오르고, 지루하다 싶은 평지를 걷고, 헐떡 거리며 정상에 도달하고, 어느새 “내려가는 게 더 힘들다”는 내리막길이다.발걸음이 가볍기도 하고, 더 이상은 못 갈 것 같아 주저앉거나, 돌아 내려가고 싶을 순간을 만나기도 한다.간혹은 예상보다 멀고 부담스러운 돌계단으로 된 깔딱 고개, 아찔한 낭떠러지, 미끄러운 바위길이 펼쳐지면 내 선택과 자아를 의심하는 일마저도 생긴다. 

 

초입에서부터 ‘찍찍’ 산새 소리,

‘졸졸’ 계곡물 소리…

 

굽이 굽이 올라 정상에 도달해서 느끼는 성취감, 눈앞에 펼쳐진 자연의 커다람, 그 앞에 선 나의 작음, 바람의 감촉과 소리, 더 가까워진 하늘은 그야말로 온 몸과 정신으로 느껴야 하는 것들이다.밑에서 보면 그 산이 그 산인것 같아도, 올라가 보면 결코 그 산은 그 산이 아니고, 그 절벽은 그 절벽이 아니란 것은 가 본 사람만이 알 수 있다. 그 곳에서만 보이는 것이 있고, 느끼는 것이 있다. 정상도 좋지만 오르고 내리며 밟는 길과 나누는 간식과 담소도 추억거리다.   

 

상큼한 공기 크게 들이켜면

한 주의 피곤함도 멀리

 

등산도 근원적으로는 혼자가는 길이라면, 동호회가 좋은 점은 그 길을 같은 일을 하며 비교적 비슷한 경험을 공유하는 이들과 함께 한다는 때문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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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정산의 하이라이트인 금샘에는 물이 고여있다.

 

 같이 하이킹을 떠나도 우리는 각자의 업무, 관계, 삶에서 오는 저마다의 과제들은 온전히 각자 지고 있기 때문에, 근원적으로 ‘각자의 길’이라고 나는 말한다.어떤 길은 오롯이 혼자다.정적속에 혼자 숨고르기 하며 오른다.동호회와 함께 하는 등산은 함께 하는 구간이 꽤 있어 좋다.수다와 농담과 토론 사이를 자유로이 왔다 갔다하는 대화도 좋고, 경로가 어려워지면 기다려주고, 잡아주기도 하면서 서로 챙기게 된다. 

 

조금 더 다양하고 돈독한 네크워킹의 기회. 우리 동호회는 다양한 변호사들이 함께 한다. 늘 절반은 여성이고, 연령대도 다양하다. 국내외 기업 및 로펌에 근무하는 다양한 분들이 참여하다보니, 자격증 취득지도 가지각색이다. 이번에도 프랑스, 미국, 호주, 독일, 한국에서 모인 열 두명이 산에 오르고 온천까지 갔다왔으니, 모두들 두고두고 추억하지 않을까. 특히 이번에는 50대 (추정 나이) 남자 변호사님들의 브로맨스가 끈끈해 보였다. 비가 온다는 일기 예보에도 불구하고 한분은 “파리에서부터 등산화를 가져온 것이 아까와 나왔다”고 했다. 

 

커리어 이야기, 개인적인 인생 수다에, 애들 키우는 이야기까지 주고 받다 보면 어느새 조금씩 돈독해진다. 함께 땀을 흘려서 그런지, 산밑에서 시골 식탁을 나누어 그런지, 이제는 코어 멤버라고 할 수 있는 인원도 제법 되어 어느새 “같이 산에 다니는 사람들”이라는 동지 의식이 생기는 것도 같다. 

코어 멤버 중에는 늘 앞장서서 우리를 인도해 주시는 분이 계시고, 제일 빨리 가실 수 있으면서도 늘 맨 뒤에서 우리를 따라와 주시는 든든한 또 한분이 계시다. 양재선 IHCF 회장님과 나는 그 중간 어디쯤에 다른 분들과 앞서거니 뒷서거니 간다. 양 변호사님은 여러 사람을 살피시고, 나는 “간식먹을 시간이니 쉬었다 가자”고 제안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내 역할도 나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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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으로 가는 길은 함께 재잘거리며 오르는 길과 혼자걷는 길이 있다.(왼쪽)

 

우리는 “나쁜 날씨를 몰고 다닌다”고 소문날 만큼 폭풍우나 칼바람 따위는 무시하고 일정을 강행한 적이 있다. 다행이 이번에는 해가 강하지 않고 서늘한 바람이 불어 더할 나위 없었는데, 날씨가 별로 안 좋은 날마저도 등산을 나서는 발걸음은 꽤 경쾌하다. “ 이불속에서 늦잠 자느냐, 계획대로 갈 것이냐”의 선택의 갈림길에서 정신이 육체를 이겼기 때문에 오는 승리감일수도 있고, 아침 일찍 남들이 아직 밟지 않은 조용한 길을 나서는 뿌듯함이기도 할 것이다. 


굽이굽이 올라 정상에 서면

하늘도 더 가까워 진 듯


금정산은 초입에서부터 ‘또로롱’ 거리는 꾀꼬리 소리, 좋다는 건지 싫다는 건지 구분이 안되는 까마귀의 ‘까악’거림, 그리고 딱따구리의 ‘드르르르륵’ 소리가, 촉촉하고 차가운 아침 공기와, 나무냄새와 어울어져 우리의 감각을 자극했다. ‘졸졸’ 물소리가 들리는 계곡, 바위 이끼가 지나는 단풍 나무 숲길, 이국적 느낌마저 드는 들판도 지나면서 초록산이 ‘뿜뿜’ 뿜어주는 산소를 들이켜다 보면 어느새 한주의 피곤함과 지침은 잊혀진다. 그렇게 내려놓음과 힐링, 몰입에 대한 준비가 자연스레 이뤄진다고 할까. 

 

동호회 산행은

다양하고 돈독한 네트워킹의 기회

 

 여섯번째 금정산. 금정산은 예상보다 훨씬 더 좋았다. ‘부산은 바다지, 산이 뭐 그닥 좋겠냐’하는 마음이 없던 것도 아니었지만, ‘내가 빠지면 서운해 할 분들이 몇분은 계실 거라’고 착각 비슷하게 하고 있다. 여정의 하이라이트는 금샘이었을텐데, 우뚝 선 좁은 면적의 절벽에 하트 모양의 샘이 있고 물이 고여 있다. 화강암으로 생성된 높고 가파른 절벽인데 그 속의 다른 암석이 빠져 나가면서 빗물의 작용으로 샘이 만들어진 것이란다. 옛날에는 여기서 기우제를 지냈다고 하는 말이 그럴듯하다. 우리 열두명은 금샘에 선 이들과 그렇지 않은 부류로 나뉜다. 좀 더 모험가적인 기질을 가진 이들은 ‘아차’ 발 잘못 짚으면 낭떠러지인 거기까지 가보는거고, “내 인생에 굳이 그런 리스크는 취하지 않는다”는 나같은 사람은 안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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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오면서 어느새 우리는 다음 일정과 구간을 이야기한다. 처음엔 ‘과연 다른 사람들도 관심 있을까’ 하며 조심스레 눈치보며 시작한 모임이 하루가 가기도 전에 다음 일정을 이야기하고 있다. 한분은 국제 중재 기일이 있어 다음 참석이 가능할지 모르겠다는데, 다들 “그깟 중재, 등산을 위해 바꿔라” 했으니 두고 볼 일이다. 


김문희 미국변호사 (한국필립모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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