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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臺에서

피해자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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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건 모두 택시기사인 피고인이 택시 뒷자리에 탄 여성 승객을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된 사건이었다. 한 사건의 피해자는 피고인에게 아무런 거부 의사나 표현을 하지 않은 채 택시에서 내리자마자 경찰에 피고인을 신고하였고, 다른 사건의 피해자는 택시 안에 부착된 피고인의 인적사항을 사진으로 찍어 지인에게 보내며 도움을 요청하는 내용의 문자를 보냈다. 두 사건 모두 피고인들이 혐의를 부인하여 피해자들이 증인으로 출석하였다. 아무런 의사표시를 하지 않은 피해자에게 피고인의 변호인은 이렇게 물었다. “제가 피해자라면 피고인에게 항의의 의사표시를 하거나 핸드폰으로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했을 것 같은데 왜 가만히 있었나요? 정말 피해를 당한 게 맞나요?” 지인에게 도움을 요청한 피해자에게 피고인의 변호인은 이렇게 물었다. “제가 피해자라면, 피고인이 무서워 가만히 있었을 거 같은데, 현장에서 용감하게 지인에게 연락을 했다는 게 믿겨지지 않습니다. 정말 피해를 당한 게 맞나요?” 질문을 받은 증언석의 피해자들은 모두 할 말을 잃고 눈물을 보였다. 

 

‘피해자답지 않다’는 지적은, 사실 다른 형사 사건의 피해자들에게는 잘 하지 않는 질문이다. 은연 중에, 우리 사이에 성폭력 피해자들은 이렇게 대응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있는 것은 아닐까. 다른 범죄 사건과 마찬가지로, 성폭력 사건의 피해자들도 그 대처 양상은 피해자의 성장이나 가해자와의 관계 및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 특히 성폭력 사건의 경우에는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알리고 문제를 삼는 과정에서 신분이 노출되기도 하고 불이익한 처우를 받을 수도 있어 적극적인 대처가 쉽지 않다. 법원도 이 같은 이유로 개별적·구체적인 사건에서 성폭력 피해자가 처하여 있는 특별한 사정을 고려하여 피해자의 진술의 증명력을 판단해 오고 있다. 성폭력 사건을 포함하여 모든 형사 사건에서, ‘피해자다움’이란 없다. 상황과 환경·성정 등이 모두 다른 피고인이 저지른 범죄행위의 동기와 태양이 제각기 다 다르듯, 이에 대항하는 피해자들의 대처 양상도 제각기 다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최다은 판사 (사법연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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