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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臺에서

4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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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이 회생신청을 망설이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그 중 하나가 회생절차를 시작하여 언제 끝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다. 지금은 기존 경영자의 경영권을 보장하고 있다. 하지만 회생절차가 시작되면 법원의 감독을 받기 때문에 경영자 입장에서는 진행 과정에 대한 불안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이러한 불안함을 해소해야 법원의 문턱을 쉽게 넘을 수 있다.

 

수원지법 파산부장 시절 회생신청부터 종결까지 44일 만에 끝낸 사건이 있었다. 회생신청 전에 대리인(변호사)으로부터 면담신청이 있었다. 대리인은 회사의 사정과 신속하게 회생절차를 진행하여 줄 수 있는지 문의 하였다. 이른바 신청 전에 사전상담을 한 것이다. 전국에서 처음 있는 일이었다. 대리인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신속하게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그래서 사전회생계획안(P-plan)을 제출하기로 하고, 향후 진행절차와 준비사항을 고지하였다.

 

회생신청과 동시에 대표자심문을 마치고 재산보전처분을 하였다. 이후 3일 만에 회생절차개시결정을 하고 법상 필요한 기간을 최대한 단축하며 절차를 진행하였다. 신청 후 30일이 되지 않아 회생계획안 결의를 위한 관계인집회를 마치고 당일 회생계획을 인가하였다. 회생계획에서 출자전환을 예정하고 있어 그로 인한 기업결합신고와 관련 세금 문제를 해결하느라 당초 예정했던 종결일보다 2일 늦은 2018년 2월 27일 종결을 하였다. 44일 만에 해당 기업에 대한 회생절차는 끝났다. 

 

44일 만에 신속하게 회생절차를 진행할 수 있었던 것은 채무자와 채권자들의 협조가 절대적이었지만, 무엇보다 법원(재판부)의 신속한 절차 진행에 대한 강한 의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법원은 회생절차가 진행 중인 기업을 감독하기보다 신속하게 원래의 자리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에 방점을 두어야 한다. 

 

회생법원은 어려움에 처한 기업을 위하여 무엇을 해줄 수 있는지 늘 고민하여 좋은 제도를 정착시킬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권한을 내려놓고 기업이 언제든지 찾아올 수 있도록 따뜻하고 열린 마음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시장친화적인 회생절차를 완성할 수 있다. ‘법정관리’라는 용어가 더 이상 사용되지 않기를 간절히 기원해본다.

 

 

전대규 부장판사 (서울회생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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