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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일(克日)의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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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막부시절 쇄국정책을 썼으나 나가사키 항구만은 개방하여 제한적이나마 서양문물을 지속적으로 받아들이고, 페리 제독의 문호개방 압력에 굴복한 후 지방의 하급무사들이 주동하여 막부를 타도하고, 메이지유신을 단행하여 서양의 제도를 대대적으로 수용하면서 근대화에 성공한 반면, 조선은 쇄국정책과 민비와 대원군이라는 두 정치세력의 알력 속에 근대화에 실기하고, 청과 러시아를 꺾은 일본에 의해 강제 병합되었다.

 

즉, 세계사적으로 조선은 약육강식의 제국주의시대에 강대국의 먹잇감으로 전락했다. 근대 이전에는 카리스마를 가진 지도자와 효율적인 군대만 가지고도 강대국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근대 민족국가 시대 이후에는 사회를 떠받치는 각 구성원과 집단의 이성에 바탕한 합리성이 뒷받침 되지 않고는 지속적인 번영을 누릴 수 없다. 근대의 합리주의는 경제적으로는 자유시장경제, 정치적으로는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로 발전해왔다. 대한민국의 현대사는 기본적으로 산업화와 민주화가 어우러진 모범적인 발전과정을 거쳐온 듯이 보이나 불균형성장에 따른 비합리적인 제도와 문화가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데 결정적인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법조직역시장에서 비합리성이다.

 

우리나라 변호사법은 모든 법률사건을 변호사의 업무로 규정하고 있지만 적어도 수십년간 인접한 법조전문직역인 법무사·세무사 등은 높은 경쟁률의 어려운 시험을 통해 해당분야의 우수한 인재들을 배출한 것이 엄연한 사실이고 국민들도 이들 전문자격사를 신뢰하여 왔다. 하지만 지난 참여정부시절 이러한 법조직역 존재에 대한 고려없이 로스쿨제도를 시행하였고, 변호사시장이 점차 포화상태에 이르게 되자 인접 직역으로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문제는 그러한 진출이 상당부분 소위 영업력을 가진 무자격 사무장들을 통해 편법적·불법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보니 자격사시장의 혼란은 피할 수 없고, 나아가 전문자격사 제도를 둔 취지마저 몰각될 지경에 이르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무튼 이 문제를 제쳐둔 법조개혁은 사상누각에 불과하고 아울러 우리가 그토록 바라는 극일(克日)도 요원한 길이 될 것이다.

 

 

박근수 법무사 (서울중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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