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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변호사가 된다(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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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왕’ 루이 14세는 유럽 절대군주의 대명사이다. 이 왕은 절대적으로 비위생적인 왕이기도 했다. 당시 트렌드에 맞게 평생 목욕을 하지 않은 건 그렇다 쳐도, 일하다 의자에 앉아 용변을 보기 일쑤였다. 이빨은 남김 없이 뽑아 유동식을 먹었는데 입천장에는 구멍이 나서 음식을 먹으면 코로 음식물이 흘러나와 집무실에는 악취가 진동했다고 한다(상쾌한 월요일 아침이라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당대 최고 권력자의 이 형언할 수 없는 불결함은 당대 최고의 의사였던 주치의 다칸의 ‘전문’지식 때문이었다. 다칸은 치아가 만병의 근원이므로 없애야 한다고 믿었다. 입천장은 불결하다는 이유로 지졌고, 장도 항상 비워 두는 게 좋다면서 다량의 설사약을 왕에게 먹였다. 왕이 다칸에게 해외사례를 조사해 보라고 하진 않았던 거 같은데, 결과가 딱히 달라지진 않았을 것이다. 이 지저분하면서도 참혹한 이야기의 교훈은, 아무리 뛰어나고 잘난 사람도 시대의 한계와 경험의 한계를 벗어날 수 없다는 것으로 급 마무리될 수 있겠다. 성공한 사람일수록 더 그렇다. 강한 자기확신으로 말미암아 오류를 인정하고 교정할 기회를 놓치기 십상이다.

 

사회적으로 ‘세대차이’로 인한 다소의 갈등이 있고, 법조계도 예외는 아니다. 분석은 다양하고 해법도 충분하다. 몰려오는 90년대생의 정서를 이해하고, 저성장의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세대의 고통을 헤아리고, 절대빈곤과 야만의 시대를 맨몸으로 이겨냈던 기성세대들의 희생을 존중하면 될 일이다. 결국 ‘타인에 대한 너른 이해’의 문제다. 그리고 이 ‘타인’에 대한 이해는 ‘자신’에 대한 성찰에서 출발한다. 시대의 한계를 인식하고 경험의 한계를 인정하는 것이다. 절대군주도 이겨내지 못한 한계다.

 

선배들은 ‘요새 후배들’의 ‘우리 때와 다름’을 종종 지적하는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우리 때’와 같은 게 더 이상한 일이다. 우리 모두 각자의 ‘우리 때’가 있고, 세상은 변하기 마련이며, 내가 경험하지 못한 걸 ‘요새 후배들’이 경험했을 게 분명하다. 이 당연한 사실을 종종 잊어버린다. 인류 역사 내내 반복되는 일이다. 호머의 일리아드를 보면, “고대의 장수들은 혼자서 가뿐히 돌을 들어 적에게 던졌지만 요즘 젊은이들은 둘도 들지 못할 정도로 나약하다”는 표현이 자주 나온다. 요새로 따지면, “우리 때는 일주일 내내 밤샘하면서 일하고 가끔 집에 가면 애들이 실례지만 누구시냐고 물어보고 그랬는데 요새 친구들은 밤새는 걸 싫어하더군”이라고 걱정하는 셈이다. 내 이야기는 나한테만 적용되고, 우리 이야기는 우리 친구들 사이에서만 기억되는 일임을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게 관건이다. 사족이지만 세대차이보다 개인차이가 크다. 내가 알고 있는 ‘요새 후배들’의 책임감과 사명감이 가끔 나를 부끄럽게 할 때가 있으니.

 

 

장품 변호사 (법무법인 지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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