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서초포럼

방하착(放下着)

155873.jpg

모 TV 방송국에 ‘뭉쳐야 찬다’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올림픽 메달리스트, 전직 야구와 농구 선수 등 소위 레전드급 스포츠 스타들이 어쩌다 축구를 하는 이야기이다. 얼마 전 산사에서 ‘어쩌다 FC’와 스님들간의 족구경기가 방영되었다. 족구를 즐기는 스님들의 모습도 재미를 주었지만 화면에 비춰진 큰 바위돌에 새겨진 글귀가 더 눈에 들어왔다. 방하착(放下着). 

 

중국 당나라때 엄양 스님이 조주 선사에게 물었다. “한 물건도 가지고 오지 않았을 때 어떻게 합니까?”. 조주 스님이 대답했다. “내려 놓거라((放下着)”. 엄양 스님이 다시 물었다. “한 물건도 가지지 않았는데 무엇을 방하착합니까?” 조주 스님이 다시 대답했다. “지고 가거라(着得去)”. 이해하기 어려운 선문답(禪問答)이다. 그럼에도 ‘방하착(放下着)’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방하착(放下着)은 집착하는 마음을 내려 놓고 마음을 편하게 가지라는 것이다. 마음 속 번뇌와 갈등, 원망, 집착, 욕심 등을 모두 벗어 던져 버리라는 것이다. 손에 물건을 쥐고 있다가 아무런 의식도 없이 떨어뜨려 손에 아무 것도 남기지 않는 것, 다 비워 버리고 아무 것도 남기지 않는 것을 말한다.


성경은 이렇게 말하고 있다. "누구든지 나를 따라 오려거든 자기를 부인(否認)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를 것이니라." 자기 부인(自己 否認)은 자신의 인생에서 자신의 주인됨을 내려 놓고 하나님의 주인됨을 받아들이는 것을 말한다. 자기 부인에 있어서는 더 이상 자기 의지는 존재하지 않는다. 자기 부인을 위해서는 집착을 버려야 한다. 부와 명예, 권력, 쾌락, 즐거움, 자식에 대한 집착. 곧 끊기 어려운 세상의 우상에서 벗어나야 한다.

 

방하착(放下着)이든 자기 부인(自己 否認)이든 말이 쉽지 쉬운 것이 아니다. 한 스님이 가파른 낭떠러지 길을 따라 걷다가 절벽 아래에서 사람 살리라는 소리가 들려 내려다 보니 어떤 사람이 나뭇가지를 붙잡고 매달려 있었다. 스님이 살펴보니 장님인 그 사람이 붙잡고 있는 나뭇가지는 낭떠러지 끝자락에 있어 나뭇가지를 놓고 뛰어내려도 다치지 않을 낮은 곳에 있었다. 스님은 나뭇가지를 붙잡고 있는 손을 놓으라고 했다. 그러나 그 사람은 스님의 말을 믿지 않고 살려달라고 애걸했고, 스님의 거듭된 말에도 불구하고 끝내 손을 놓지 않았다. 그러다가 힘에 부쳐 손을 놓으면서 밑으로 떨어졌으나 엉덩방아만 찧었을 뿐 아무런 일이 없었다. 방하착(放下着)의 예화이다.

 

나뭇가지는 집착의 대상이다. 손을 놓는 순간 살게 됨에도 마음의 눈이 멀어 이를 보지도 깨닫지도 못한다. 뜨거운 숯불을 손에 쥐고 있으면서 어떻게 하면 좋겠냐고 묻는 사람은 없다. 그 상황에서는 아무런 생각없이 그대로 손을 놓아 버리기 때문이다. 허상(虛像)에 집착을 하고 실상(實像)을 보지 못하며 살아가는 작금의 세태 속에서 '방하착(放下着)'의 울림이 가능할지나 모르겠다. 울림이 없다면 차라리 “차나 한잔 하고 가라(喫茶去)”고 하는 것이 오늘을 사는 지혜일지도 모르겠다.

 

 

이상철 변호사 (법무법인 태평양)

관련 법조인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