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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들의 ‘애드리브’가 전혀 달갑지 않은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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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초 공정거래위원장 후보 인사청문회에서 정갑윤 자유한국당의원이 “미혼인 것으로 아는데, 대한민국의 제일 큰 문제는 출산을 안하는 것”이라며 “본인의 출세도 좋지만 국가 발전에 기여해 달라”고 발언해 비난이 거세지자, “출산율 문제가 심각해 애드리브로 얘기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청문회에서 출산과 결혼에 대한 질의가 애드리브로 통하는 대한민국의 가임기 여성으로서 이런 애드리브는 전혀 달갑지 않다.

 

변호사로 처음 법정에 설 수 있었을 시기 6년차 장손며느리였다. 이른 혼인 후 기자생활을 하다 뒤늦게 법공부를 시작한 나는, 동기들이 법조인으로서 진로에 관한 질문을 받을 때 공사영역을 넘나들며 출산 의무와 출산으로 인한 업무공백에 관한 질문을 받아야 했다. 돌아보면 10번 정도 면접관들로부터 임신·출산에 관한 질문을 받았고 여러 번의 탈락 끝에 결혼, 출산에 관한 질문을 하지 않았던 유일한 로펌에 합격해 변호사 생활을 시작할 수 있었다. 실제로 지난달 경향신문이 여성변호사들을 대상으로 “업무 중 여성이라는 이유로 차별대우를 받거나, 차별대우를 받은 여성을 목격했다면 어떤 종류의 차별을 겪었냐”라는 설문결과, 1위는(68.1%·복수응답)‘결혼·출산·육아 등 때문에 여성은 변호사 업무에 적합하지 않다는 막연한 차별적 인식’이었다.

 

두 번째 여성 미연방대법원 대법관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는 콜롬비아 로스쿨을 수석 졸업하고도 여성이라는 이유로 로펌에 취업하지 못해 학계로 갔다. 그로부터 30여년 후 대법관지명 의회청문회에서 의미심장한 발언을 남긴다. "아이를 낳을지 여부는 여성의 삶의 방식, 행복과 존엄에 관한 핵심적인 결정이다. 이는 여성이 자신을 위해서 결정할 문제이다. 그 결정을 정부가 여성 대신한다면 이는 여성을 스스로 선택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성인으로 취급하지 않는다는 의미일 뿐이다." 

 

이번 추석에도 당신이 가벼이 던진 질문이 누군가의 존엄과 행복을 침해하지 않았나 돌아보시길. 당신들의 애드리브가 전혀 달갑지 않은 까닭을 알았다면 일상에서, 면접장에서 그리고 청문회에서 만나는 당신 앞의 여성에게 그런 애드리브는 절대 치지마시길. 자기결정권을 지닌 당신과 동등한 인간으로 생각한다면.

 

 

김재희 변호사 (김재희 법률사무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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