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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 금융의 다양한 모습과 참여자들의 법적 책임의 다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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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머리말
지난해 말 부동산 프로젝트 금융(project finance)이 64조원에 달했고, 금융감독원은 올해 리스크 관리에 총력을 다할 계획임을 밝힌 바 있다. 이렇듯 프로젝트 금융이 널리 활용되고 있으나 이에 관한 본격적인 연구(특히 프로젝트 금융에 관한 참여자들의 법적 책임 측면)는 드물고, 특히 근자에 국내외적으로 활발히 이용되고 있는 유동화형 프로젝트 금융에 관한 법적 논의는 전무한 실정이다. 기본적으로 프로젝트 금융은 사업의 성공이라는 공통 목적 하에 사업에 참여하는 다수의 참여자간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으므로 이에 관한 참여자들의 법적 책임을 논함에 있어서는 개별 계약의 단순한 해석이 아니라 프로젝트 금융의 성격 및 특수성, 참여자들의 역할 및 이해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할 필요가 있다. 이 글에서는 프로젝트와 관련된 위험 인수의 측면에서 프로젝트 금융의 유형에 따른 참여자들의 법적 책임의 내용을 살펴본다.

2. 기업금융과 비교한 프로젝트 금융의 특성

일반적인 기업금융(corporate finance)의 경우 '사업주(sponsor)'가 차주가 되므로 사업주가 대출 상환에 무한책임을 진다. 따라서 상환재원은 사업주의 '모든 재산'이 된다. 이에 비해 프로젝트 금융(project finance)에서는 사업주가 설립한 SPC(Special Purpose Company)인 '프로젝트 회사(project company)'가 차주가 되고, '프로젝트'에서 발생하는 수익이 상환재원이 된다. 사업주는 프로젝트의 종류에 따라 공사의 완공위험, 완공 후 운영위험에 대해 2차적인 책임을 질 뿐이다. 한편, 금융기관은 채권자이면서 프로젝트의 성패에 영향을 받는 이해관계자로 참여하게 된다.

 

이에 금융기관은 프로젝트 금융 대출을 결정함에 있어 '프로젝트'의 사업성, 예상되는 현금흐름, 프로젝트 자산의 담보가치 등을 우선 고려하되, 완공위험 및 운영위험에 대한 사업주의 보증 등을 요구하게 된다. 그 결과 대출실행 전에는 프로젝트 참여자들과의 다양한 계약 체결, 사업주의 완공보증이나 추가 담보 제공 혹은 신용보강 등이, 실행 후에는 대출금이 프로젝트 목적에 한하여 사용되도록 하는 대출금의 용도 제한 및 사용 통제 등의 조치가 필요하게 된다.


3. 부동산 분양 사업과 SOC 사업의 프로젝트 금융에서의 위험 인수와 그 책임

이처럼 프로젝트 금융은 일반적인 기업금융과 차이가 있는데, 프로젝트의 종류에 따라 다양한 구조를 취하게 된다. 여기서는 프로젝트 금융의 대표적 유형인 부동산 분양사업과 SOC(Social Overhead Capital) 사업의 프로젝트 금융을 비교한다.

(1) 부동산 분양사업과 SOC 사업에서의 위험 인수

부동산 분양사업은 SOC 사업과 달리 사업 기간이 짧고 그 성패가 분양률에 의해 조기 결정되므로, 사업주는 분양수입금으로 사업비의 전부나 일부를 충당하게 된다(금융기관 브릿지론이 사용되기도 한다). 그런데 분양률이 저조할 경우 시공자는 공사비 지연을 이유로 공사를 중단할 수 있고, 이 경우 완공 지연으로 분양률은 더욱 악화될 수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시공자의 책임준공약정이 고안되었다.

 

반면 SOC 사업은 사업 기간이 장기이고 수입도 완공 후에 비로소 발생하게 된다. 따라서 SOC 사업은 부동산 분양사업과 달리 공사비를 미리 확보해야 하는데, 통상 (i) 사업주가 출자한 프로젝트 회사의 자기자본, (ii) 대주가 대출해 준 타인자본 및 (iii) 정부의 재정지원금으로 조달하게 된다. 이와 같이 SOC 사업에서 공사비 재원은 미리 확보되기 때문에, SOC 사업의 시공자는 부동산 분양사업과는 달리 책임준공약정을 할 필요가 없게 된다. 다만 대주는 프로젝트가 현금흐름을 창출하기 전인 건설 기간 동안 부담하는 건설위험, 운영 과정에서의 위험을 회피할 목적으로 통상 사업주에 대해 완공보증(completion guarantee) 혹은 자금보충약정(cash deficiency support), 기타 담보 제공 등의 신용보강을 요구한다. 고정적 이익을 향유하는 다른 참여자(예컨대 확정 공사비 수익을 얻는 시공자 등)와 달리, 사업주는 프로젝트 성공 시 잠재적 추가이익(upside potential)을 크게 얻기 때문에 신용보강을 할 경제적 유인이 크다{김승현, '프로젝트 금융 하에서의 건설공사계약과 완공보증을 둘러싼 법률문제', 국제거래법연구 제23권 제1호(2014) 56면 이하 참조}.

(2) SOC 사업에서 프로젝트 회사의 지급불능시 대주와 시공자의 이익충돌적 지위

SOC 사업의 대주는 위와 같은 방식으로 완공위험 및 운영위험을 회피한다. 한편, 시공자 역시 건설공사계약 체결시 프로젝트 회사의 자산 및 수익이 없기 때문에 사업주에게 변제자력에 대한 합리적 증거를 요구하는 등 공사비 지급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이때 시공자의 공사비채권은 담보가 있는 대주의 채권보다 후순위에 놓이므로 공사 도중 프로젝트 회사가 지급불능이 될 경우를 대비해 사업주에게 대주에 우선하는 유보금의 예치나 보증 제공을 요구할 수 있다. 또한 시공자는 프로젝트 회사에 대해 후순위채권자로서의 이익을 가지므로 선순위담보권자인 대주에 대하여 프로젝트 회사의 자기자본 확보, 프로젝트 자체의 담보권 확보 및 담보권들을 보존해 줄 것을 요구할 정당한 이익을 갖는다. 특히 시공자가 예외적으로 프로젝트의 운영위험에 대해 자금보충과 같은 추가적인 의무를 부담하는 경우에는 실질적 보증(대법원 2015. 10. 29. 선고 2014다75349 판결 등)의 제공자로서 그러한 이익은 더욱 강해진다.

4. 전통적 프로젝트 금융과 유동화형 프로젝트 금융에서의 금융기관의 역할과 책임

전통적인 은행권 프로젝트 금융에서는 대규모 자금력이 있고 프로젝트의 장기적 사업성을 평가할 수 있는 금융기관(은행 등)이 직접 대주가 되어 위험을 인수한다. 반면 새로운 형태의 비정형적인 유동화형 프로젝트 금융의 경우에 금융기관은 자신이 평가하고 스트럭처링한 프로젝트 금융의 위험을 SPC를 통해 자본시장의 투자자와 프로젝트 참여자들에게 떠넘긴다. 즉 금융기관은 대주를 SPC 형태로 설립하여 대출채권 및 프로젝트의 위험을 인수하게 하고, 대주SPC가 가지는 대출채권을 기초자산으로 발행한 유동화증권을 일반 투자자들에게 판매함으로써 프로젝트의 위험을 투자자에게 이전한다. 또한 공사의 완공위험을 책임준공약정으로, 운영위험을 자금보충약정 형태로 사업주 또는 시공자에게 이전한다. 그 결과 프로젝트의 위험은 투자자와 시공자 등 참여자의 몫이 된다.

 

사업주와 달리 잠재적 추가이익을 기대할 수 없는 투자자와 프로젝트 참여자는 위와 같이 이전받는 위험에 대한 헷지수단이 필요하다. 이와 관련하여 자신이 평가하고 스트럭처링한 프로젝트 금융의 위험을 투자자와 프로젝트 참여자에 이전한 금융기관에 대하여 투자자와 프로젝트 참여자가 요구할 수 있는 법률상 의무나 책임은 무엇인가?

 

유동화형 프로젝트 금융에서 금융기관은 직접적인 당사자는 아니나 프로젝트 참여자에 대하여 매우 높은 수준의 주의의무를 부담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이는 금융기관이 프로젝트 금융 구조 전체를 스트럭처링하고, 위험회피 목적의 SPC 형태인 대주의 수탁기관이 되어 프로젝트 금융의 전체적인 운영을 전적으로 지배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금융기관은 담보채권자인 대주의 업무 및 자산관리 수탁기관으로서 프로젝트 회사의 자기자본 확보, 프로젝트 자체에 대한 담보권 확보 및 담보의 유지, 보존 의무를 대주SPC 뿐만 아니라 투자자 및 프로젝트 참여자에 대해 부담한다. 특히 시공자가 완공보증 또는 자금보충을 하게 되는 경우 잠재적 추가이익을 기대할 수 없는 시공사로서는 후순위채권자로서의 이익만을 가지므로, 금융기관은 대주의 업무 및 자산의 수탁기관으로서 행위할 때 시공자 및 기타 후순위채권자에 대해 대주가 부담하는 담보보존의무를 동일하게 이행해야 할 의무를 부담하게 된다. 즉, 금융기관은 업무수탁자 및 자산관리자로서 대주에 대해 계약상 의무를 부담할 뿐만 아니라 프로젝트 참여자의 수탁기관으로서 프로젝트와 관련된 의무를 부담한다{상세한 논의는 졸저 '신탁법(2007)' 및 '충실의무법(2016)'의 '준수탁자' 부분 참조). 이런 금융기관의 의무는 자신이 투자자 및 프로젝트 참여자에게 전가한 위험에 대한 헷지수단이 된다는 점에서도 정당하다.


5. 정리의 말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프로젝트 금융은 일반적인 기업금융과 다르고, 그 목적과 성격에 따라 사업비 조달방식이나 신용보강 주체가 달라질 수 있으며, 프로젝트의 위험과 이익을 대주가 직접 부담하는지 아니면 투자자와 프로젝트 참여자들이 부담하는지에 따라 금융기관의 지위나 법적 책임이 달라질 수 있다. 프로젝트 금융과 관련된 이해당사자들의 의무 및 책임의 내용은 각 프로젝트의 구조와 상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아 결정해야 할 것이다. 프로젝트 금융의 유형과 특수성에 따른 프로젝트 참여자의 책임과 의무에 대한 활발한 논의가 있기를 기대한다.

 

 

이중기 교수 (홍익대 법대 학장)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