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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臺에서

바보야! 문제는 스피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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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생·파산 업무를 담당한 지도 7년째다. 언젠가 어느 기자가 회생·파산사건을 처리함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했다. 나는 한 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스피드라고 했다. 회생·파산이 이루고자 하는 목적은 채무자가 놓인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다. 효율적인 회생, 공정하고 공평한 배당(변제)과 절차보장도 그 중 하나로 드는 것이다. 하지만 재정적 어려움에 처한 채무자에게 있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결론에 이르기까지의 스피드라고 생각한다.

 

2014년 창원지법에서 파산부장을 맡고 있던 시절이다. 당시 창원지법의 가장 큰 문제는 개인파산사건이었다. 3000건이 넘는 개인파산사건이 쌓여 있었고 매달 접수되는 사건도 만만치 않았다. 신건의 심문기일을 지정하려고 사건을 가져오라고 했더니, 2012년 4월 접수사건을 가져오는 것이다. 처음에는 상황 파악이 되지 않아 의문만을 품은 채 기일지정을 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사건의 적체가 심각한 상황이었다. 접수된 지 2년이 넘어서야 심문을 한다. 회생·파산업무를 담당하는 판사로서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당연히 민원은 엄청났고 회생·파산이 존재하는 이유가 뭔지 의심되는 지경이었다.

 

파산관재인을 추가로 선임하고 과감하게 동시폐지(파산선고와 동시에 파산절차를 끝내는 것)를 했다. 거의 매주 개인파산사건 집회를 진행하였다. 6개월 만에 쌓여있던 3000건이 넘는 사건을 모두 처리했다. 쌓인 사건을 처리하고 나니 동시폐지사건은 1개월 만에 면책결정이 나가고, 파산관재인을 선임하는 사건은 3개월 만에 면책결정이 나갔다.

 

회생법원에 개인파산을 신청하는 사람들은 면책이 목적이고, 그것도 신속하게 면책을 받는 것이다. 법은 면책불허가사유가 없는 한 필요적으로 면책을 해주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파산관재인은 법에 규정도 없는 수많은 서류 제출을 요구하고 그로 인해 면책은 한 없이 늦어지고 있다. 지연된 면책은 별로 감흥이 없다. 신속한 면책이야말로 실패한 채무자에게 희망이다. 망설이고 면책결정이 늦어질수록 삶은 지쳐가고 새로운 출발은 멀어지며 사회안전망은 무너질 수 있다. 면책은 예산이 필요 없는 따뜻한 복지라는 것을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전대규 부장판사 (서울회생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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