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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인사청문회 제도, 근본적 개선이 필요하다.

최근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극한 대결은 인사청문회 제도의 문제점을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인사청문회는 대통령의 인사권 남용을 막고 고위공직자들의 도덕성과 정책수행능력을 검증하기 위하여 2000년 김대중 정부에서 처음 도입되었고, 노무현 정부에서 그 대상자를 확대하여 장관들도 인사청문회에 서게 되었다. 그동안 인사청문회 제도가 부적격 고위공직자 후보자를 걸러 내고, 고위공직자가 되고자 하는 사람이 갖추어야 할 도덕성과 능력의 기준을 제시한 긍정적 기능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인사청문회가 '여당의 무조건적인 방어와 야당의 일방적인 공격, 도덕성을 둘러싼 의혹제기와 논란, 대통령의 임명강행'이라는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여 제도의 순기능보다는 역기능이 더욱 부각되고 있는 상황이다. 

 

노무현 정부 당시 인사청문대상자 81명 중 낙마 3명(3.7%), 보고서 미채택 3명(3.7%), 이명박 정부에서는 113명 중 낙마 10명(8.8%), 보고서 미채택 17명(15.0%), 박근혜 정부에서는 99명 중 낙마 10명(10.1%), 보고서 미채택 10명(10.1%), 문재인 정부에서는 73명 중 낙마 4명(5.5%), 보고서 미채택 23명(31.5%)을 보이고 있다.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없이 임명을 한 경우가 노무현 정부의 3.7%에서 현재 31.5%에 이르고 있다는 것은 인사청문회 제도가 고위공직자에 대한 검증이라는 본래의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고 요식적 절차로 전락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 하겠다.

 

인사청문회가 정책보다는 도덕성을 둘러싼 각종 의혹 제기와 여야간 공방으로 점철되고, 의혹의 해소와는 무관하게 후보자가 공직에 취임하는 모습이 반복될수록 인사청문회는 국민들의 도덕과 윤리의식의 기준을 낮추게 만든다. 인사청문회가 미치는 가장 큰 악영향은 바로 우리 사회의 윤리와 도덕을 허물어뜨려 건강한 사회를 유지하는 틀을 무너지게 한다는 것에 있다. 그러기에 현재와 같은 방식으로 인사청문회를 더 이상 지속하여서는 안 되며, 개선을 서둘러야 한다. 대통령의 인사권을 견제하고 공직자의 도덕성과 능력을 검증하는 인사청문회의 순기능을 확보하면서도 후보자의 도덕성 논란이 궁극적으로 사회 구성원들에게 미치는 악영향을 차단하는 방향으로 개선되어야 한다. 도덕성 검증과 정책 검증을 철저히 구분하여 도덕성 검증에 통과한 후보자만이 인사청문회에 서게 하고 정책검증을 받도록 하는 미국식의 인사청문회 제도를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이 경우에도 도덕성 검증을 청와대를 중심으로 한 기관들에만 맡길 경우 미국과 다른 우리의 현실에서는 검증의 신뢰를 어떻게 담보할 것인지가 문제될 수 있다. 도덕성 검증의 결과를 국회에 제출하도록 하고, 사후적으로라도 도덕성 검증의 실패가 확인되는 경우에는 그에 대한 책임을 지도록 하는 방안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이대로 두면 인사청문회는 정치권의 대립을 넘어 국민을 진영논리와 편가르기의 틀에 가둘 수 있다. 현재 국회에는 50건의 인사청문회법 개정안이 발의되어 있다. 더 늦기 전에 정치권은 인사청문회 제도를 근본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진지한 논의를 시작하여야 한다.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