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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포럼

화장실과 인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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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으로 성전환 수술을 받은 C씨는 미용학원에 다녔다. 그녀는 트랜스젠더임을 밝히고 여자화장실을 이용했다(그녀라는 호칭에 의문을 제기할 사람도 있겠다. 하지만 2006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결정 이후 트랜스젠더의 성별 정정도 가능해졌다). 덩치가 있고 남성같은 외모가 남아 있는 그녀가 여자화장실을 이용하자 일부 여성들이 불편해했다. 민원이 제기되었고 미용학원은 그녀에게 남자화장실을 쓸 것을 요구했다. 여성이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 C씨가 남자화장실을 가는 것은 두렵고 힘든 일이었다.

 

트랜스젠더는 어떤 화장실을 써야 할까? 여성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 트랜스젠더에게 본래의 성이 남성이었다는 이유로 남자화장실을 쓰게 하는 것은 온당한가? 치마를 입은 트랜스젠더가 남자화장실에 들어온다면 남자들도 놀랄 수밖에 없다. 이런 현실 때문에 트랜스젠더는 화장실에 가지 않으려고 물도 먹지 않는다는 고백도 나온다("트랜스젠더, 화장실 안 가려고 물도 안 먹어", 2018년 11월 16일자 오마이뉴스). 한국의 트랜스젠더 숫자는 5만~25만 명으로 추산된다고 한다. 국가인권위원회 실태조사(2014)에 따르면 트랜스젠더 응답자 중 44.2%가 공중화장실 이용 도중 차별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불쾌한 시선을 반복해서 받거나(40.3%), 모욕적 발언을 들었고(19.5%), 나아가 이용을 제지당하기도 했다(13.0%). 결국 51.9%는 공중화장실을 이용하려다 포기한 경험이 있다고 말했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최근 트랜스젠더 화장실 관련 판결을 내렸다. 펜실베니아주의 한 교육청은 트랜스젠더 학생들이 성 정체성에 따라 화장실과 라커룸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을 수립했다. 이에 반발한 학생과 부모들이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제3순회 항소법원은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고, 연방대법원도 이 결정을 유지했다(Joel Doe v. Boyertown Area School District). 트랜스젠더 학생이 자신의 성 정체성에 맞는 화장실 사용을 제한하지 말라는 소송을 제기해 승소하기도 했다. 얼마 전 뉴욕 여행을 했는데 화장실의 성별 구분을 없애고 모두의 화장실(all gender)이라 표시한 1인 화장실이 많았다. 

 

한국에서는 몇 년 전 남녀구분이 없는 화장실이 문제되기도 있다. 어느 장애여성이 지하철 역사 안 장애인용 화장실이 남녀 구분이 되어 있지 않은 것을 문제 제기했다. 남녀화장실 가운데 장애인용 화장실은 남녀구분 없이 하나만 설치한 것이 발단이었다. 이 사건은 남녀가 분리되지 않은 장애인 화장실에서 술에 취한 비장애인 남성으로부터 위협과 수모를 당한 일을 계기로 제기됐다고 한다. 서울남부지법은 2013년 6월 26일 "지하철 역사 내 장애인 화장실을 남성용과 여성용으로 구분 분리해 설치하라"는 강제조정결정을 내렸다(피고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아 이 결정은 확정되었다고 한다). 만일 모든 화장실을 남녀구분 없이 장애인의 접근이 가능한 화장실로 만들었다면 어땠을까? 다양한 성 정체성을 가진 사람이나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화장실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중요한 것은 소수자를 고려한 기준을 세우고 소수자를 존중하며 함께 공존하는 문화를 만드는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임성택 대표변호사 (법무법인 지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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