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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프리즘

모든 순간이 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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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동안 연수를 마치고 며칠 전 회사로 복귀하였다. 해외 유학 대신 1년 동안 국내 대학원에 다닌 것인데, 요즘 대학원 수업이 대부분 저녁에 있어 연수는 자연스럽게 육아(를 위한) 휴직이 되었다.

 

“행복한 가정은 모두 모습이 비슷하고, 불행한 가정은 모두 제 각각의 불행을 안고 있다”고 하는데(안나 카레리나), 선배들에게 법조인생에서 가장 빛났던 순간을 물어보면 대부분 유학 시절을 꼽는다.

 

연수를 시작할 때 대부분 축하를 해 주었지만, 두 살배기 아이를 둔 아빠가 국내연수를 하는 것은 가정주부가 되는 것과 다름없다며 혼자라도 해외로 가라는 선배도 있었고, “이변, 보기와 다르게(?) 가정적이라 큰일이구만”이라고 걱정해 주는 선배도 있었다.

 

이렇게 시작한 유사(?) 육아휴직은 그리 순탄하지 만은 않았다. 아이가 일어나면 대충 김밥이라도 먹인 후 유모차를 끌고 밖으로 나간다. 낮잠을 자는 2시간 동안에는 밀린 빨래와 설거지를 해야 한다. 임무를 마친 후 커피를 마시며 책이라도 읽으려고 하면 커피가 채 식기도 전에 아이가 깬다. 그러면 다시 밥을 먹이고 문화센터에 갔다가 바깥 일(!)을 하는 아내가 퇴근하는 시간에 맞추어 집으로 돌아온다.

 

만 서른 네 살이 되어야 어린 시절 엄마들이 왜 그렇게 남은 음식만 먹었는지, 안 먹는다는 것을 왜 그렇게 졸졸 따라다니면서 먹였는지, 사진 속에는 왜 맨날 똑같은 옷을 입고 있었는지를 알게 된다.

 

대학에 합격해서 고향을 떠나고, 사법시험에 합격을 하는 등 많은 순간이 있었지만, 아이와 온전히 함께 보낸 지난 1년만큼 인생에서 빛났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사회적 성공에 집착하던 아빠들은 이제 가정에서 본인의 역할과 함께 가족의 행복을 통해 성취감을 느낀다.

 

아이가 웃을 때 아빠의 뇌 회로는 사랑에 빠졌을 때와 유사하게 활성화된다고 하는데, (아내에게 미안하지만) 딸과 함께 같이 동물원에 가서 기린을 보고, 솜사탕을 먹고, 바닷가에서 술래잡기를 하고, 시골길을 걸었던 그 모든 순간 나는 사랑에 빠졌던 것이 틀림없다. 딸 아이가 그리운 밤이다.

 

 

이종수 변호사 (법무법인 세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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