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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회담과 법의 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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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과 일본국간의 기본관계에 관한 조약', 즉 한일협정 50여년 만에 대한민국에서는 각 분야의 지성인들이 일본과의 문제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지성인들이 정치권력자로부터 항거하고 역사의 향방을 사회정의로 이끌어 나가려는 열의는 필요하다. 하지만 역사에 있어 과거에 대한 분명한 규명 없이 미래에 대한 밝은 제휴는 있을 수 없기에 이에 대해 논하려 한다.

 

1965년 한일협정은 그 목적을 '양국 간의 관계의 역사적 배경을 고려하여… 양국의 공통의 복지 및 공동의 이익을 증진하고 국제평화 및 안전을 유지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여기에서 우리가 상기하여야 할 것은 을사조약, 즉 한일합방조약 역시 '양국 간의 특수하고 친밀한 관계를 고려하여, 상호 행복을 증인하며 동양의 평화를 영구히 확보코자 하는데' 그 목적을 두고 있었다는 점에서, 1910년 을사조약과 1965년 한일협정은 각 '구을사조약'과 '신을사조약'으로 불릴 수 있을 정도로 그 목적이 문구상 유사하다는 점이다.

 

1965년 한일협정 체결 당시 '김종필-오하라 메모'의 내용에 전 국민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김종필-오하라 메모'의 핵심은 i) 일본은 한국에 유상, 무상의 경제 원조를 한다 ii) 한국의 대일청구권은 존재하지 않는다 iii) 평화선은 철폐하고 한국의 전관수역은 12마일로 하고 일본은 한국에 어업협조를 한다 등이다. 실제로 이 메모는 결과적으로 당시 회담의 핵심내용이 되어 많은 논란을 야기했다. 결국 1965년 한일협정은 그 결론이 미리 정해졌던 것이며, 수차례의 회담은 그 결론을 위한 연극이 아니냐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음으로 1965년 한일협정 제2조는 '대한제국과 일본제국 간에 체결된 모든 조약 및 협정이 이미 무효임을 확인하다'고 명시하고 있는데, 다른 어떤 국제조약을 확인하여도 '이미 무효'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는 곳을 찾을 수 없다. 이는 일본이 1910년 을사조약에 의한 한국의 식민지 지배의 합법화뿐만 아니라 한국의 '대일 청구권'의 법적 근거를 상실시키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실제로 당시 일본 정부는 일본 국회에서 1965년 한일협정의 '이미 무효'라는 문구는 1948년 8월 15일부터 무효임을 의미한다고 진술하기도 하였다.

 

또한 한국의 '대일 청구권'에 대하여 일본은 '청구권'이라는 용어를 기피하고 무상·유상 공여라는 형태로 표현하였는데, 이는 당시 한국의 경제적 약세를 포착하여 일본 정부의 대한(對韓) 의무를 시혜로 돌리고, 침략행위에 대한 대가를 원조라는 명분으로 바꾸어 제국주의 통치를 정당화하려 했기 때문이다. 이뿐만 아니라 1965년 한일협정은 재일교포의 법적 지위에 관하여 모호하게 규정하여 60만 동포들의 발목을 잡았으며, 일본에 생활근거를 가진 동포들의 아이들은 일방적으로 자의적 해석을 내릴 수 있는 '강제퇴거 조항'에 의하여 삶의 위협을 받아왔다.

 

최근 일본은 '아동·보육지원법'의 개정으로 보육료 무상지원을 발표하였는데, 조선학교 유치원은 그 대상에서 제외되었다. 일본인과 같은 주민세를 납부하는 사람들이 다니는 외국인학교를 '각종학교'로 특정하여 무상지원 대상에서 배제한 것은, 유엔에서 보장하는 아동교육권의 침해이다. 일본 정부의 재일동포에 대한 탄압과 인권침해는 1965년 이후에도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흔히 아는 '법의 정신'이란 '악법도 법이다'라며 법을 무조건적으로 준수하는 것이 아니라, '법'이라는 것 자체가 정치적 과정의 산물이자 사회적 구성원의 동의가 수반되어야 한다는 것을 바탕으로 한다. 법으로 정했으면 무조건 따른다는 정신은 전체주의와 군국주의적 사고에 불과하며, 이는 대한민국 헌법의 실질적인 법치주의와 인권존중의 정신, 나아가 국제법 존중의 정신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최근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에서 "피해자에 대한 사죄가 없는 정부 간 합의로 인권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는 의견 또한 이를 뒷받침한다.

 

일본이 근대화를 이루면서 추구했던 '인민평등론'과 '법에 의한 지배' 는 어디까지나 '일국(一國)의 독립'을 위한 하나의 '수단'에 불과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일본의 법은 반듯한 질서라는 일본다움을 위한 법이 아니라, '힘이 곧 정의'를 명문화시키는 법이며, 이러한 일본식 법의 수단화는 아베의 평화헌법 개정 및 관련 법 제·개정을 통해 지금도 진행 중이다.

 

 

 전수미 변호사 (대통령직속 북방경제협력위원회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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