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法臺에서

개구리를 먹어라(Eat That Frog)

155391.jpg

도시에 살다보니 개구리를 보기 어렵다. 갑자기 웬 개구리냐고! 개구리를 먹으라고! 브라이언 트레이시는 ‘지금 당장 처리하지 않으면 십중팔구 뒤로 미룰 것이 확실한 일, 그러나 당신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하고 커다란 비중을 차지하는 일’을 개구리라 정의하고 이를 당장 먹으라고 강조한다. 어렵지만 중요한 일을 즉시 실행하라는 것이다.

 

파산·회생은 이제 일상적인 법률현상이다. 이로 인해 법률전문가로서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채무자회생법)'을 모르면 법률상담은 물론 적절한 사건처리를 할 수 없을 지경에 이르렀다. 이는 법원 외부에서만의 문제가 아니라 유감스럽게도 법원 내부의 문제이기도 하다. 그것도 현재 진행형이다.

 

서울회생법원이 맡고 있는 업무 중 하나가 민사재판이다. 민사재판을 하면서 당황스러운 상황을 자주 접한다. 소장에 당사자, 청구취지 및 청구원인을 제대로 기재하지 못한 사건이 제법 있다. 청구취지 검토를 요청하면 주위적 청구, 예비적 청구, 선택적 청구 등 온갖 것들이 붙는다. 판사도 매 한가지다. 서울회생법원의 전속관할이 아님에도 한참 재판을 진행하다 당사자 중 한 명에 대하여 회생절차, 파산절차, 개인회생절차, 개인파산절차가 시작되면 서울회생법원으로 이송해버린다. 거기다가 관련 없는 당사자도 싸잡아서. 다시 돌려보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어찌 하겠는가, 법이 허락하지 않는 것을. 

 

경제활동을 계속하는 기업이나 개인이 도산하면 채무불이행, 불법행위, 형사책임, 행정법규위반 등이 동시에 발생하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다. 도산을 사건의 도가니라고 하는 이유이다. 실제로 도산사건은 물론 도산법리가 쟁점이 되는 사건은 넘쳐나고 있다. 그럼에도 채무자회생법을 강의하는 곳은 거의 없다. 법조인 양성의 새로운 시스템인 법학전문대학원이 출범한 지 10년이 넘었지만 채무자회생법에 대한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미국은 회생·파산 전문가가 4만 명이 넘고, 일본은 사법시험에 파산법 등이 들어가 있다. 하지만 우리 현실은 전문가 기반이나 교육시스템에 있어 그렇지 못하다. 지난달 서울지방변호사회에서 6번째 채무자회생법 특강을 마침으로써 많은 분들이 개구리를 먹기 시작했다. 고통스럽겠지만 채무자회생법이라는 개구리를 먹어야 한다. 부디 First Penguin이 되십시오.

 

 

전대규 부장판사 (서울회생법원)

관련 법조인

리걸에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