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취재수첩

[취재수첩] 징벌적 배상제도 이대로 좋은가

155355.jpg

지난 달 9일부터 시행된 개정 특허법 등의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와 관련한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고의적 특허침해 등에 대해 법원이 손해액의 최대 3배까지 징벌적 손해배상책임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한 내용인데, 규정이 모호하고 기존 법체계와 충돌하는 부분이 많다는 것이다.

 

징벌적 배상제도는 특허권자, 특히 대기업이나 외국기업의 기술 침탈을 당하기 쉬운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 등의 정당한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도입됐다는 점에서 기대를 모았다. 특히 특허침해 행위가 있어도 기존 법체계로는 손해배상 인정액이 많지 않아 새 제도 시행의 의미가 컸다.

 

그러나 제대로 운영될지 의문이다. 고의적 특허침해인지 여부를 판단할 고의의 요건이나 고의의 판단시점 등 핵심적인 사항들이 제대로 규율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형법에서 범죄의 구성요건 규정이 모호한 것과 다름없다. 형법이었다면 이런 경우 죄형법정주의 위반으로 위헌이다. 이 밖에도 △적절한 배상금 산정기준 및 방식 △심리 방식 및 순서 △증명도 및 입증책임 △위자료와의 구별 등 여러 쟁점들이 남아있다.

 

다른 법률에 도입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역시 비슷한 이유로 공전하고 있다. 통계가 말해준다. 징벌적 배상제도는 최근 8년간 16개 법률에 도입돼 시행되고 있지만, 실제 재판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이 청구된 경우는 12건에 불과하고 그나마 법원에서 인용된 것은 2건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비슷한 징벌적 배상제도를 도입하는 취지로 현재 국회에 계류중인 법안만 20여개에 달한다.

 

"흙바닥에 배 띄우는 거죠." 지식재산권 전문가인 한 변호사가 현행 징벌적 배상제도의 실상을 두고 한 말이다.

 

징벌적 배상제도는 실제 소송과 법원의 판단을 통해 권리를 보장 받는 제도다. 그렇다면 입법 과정에서도 소송실무에 대한 충분한 고려가 있어야 했다. 이 과정을 생략한 채 법을 통과시킨 뒤 "중소기업과 권리자 보호에 기여했노라" 박수 치는 것은 직무유기나 다름 없다.

 

뒷감당은 국민과 법원의 몫이다. 박수치고 잊어 버리는 입법은, 적어도 사법영역에서는 이제 그쳐야 한다. 입법과정에서 미리 법안에 문제점은 없는지 법률전문가에게 거듭 확인하고 또 확인해 점검하는 것은 국회의 책무다.

리걸에듀